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으로 유명한 메쉬코리아가 사업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본사 사무실 임차료마저 제때에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투자 유치 이후 현재까지 1년이 넘도록 새 돈을 들이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말랐다.
메쉬코리아에 앞서 돈줄이 막힌 오늘식탁은 협력업체로의 대금 지급을 미룬 끝에 결국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회' 운영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중단이 메쉬코리아로, 다시 플랫폼 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지난 8월 공유오피스 운영사로 서울 강남구 다봉빌딩에 있는 본사 사무실 임차료 지급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쉬코리아는 2019년 4월 해당 건물에 입주, 3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후 고정일 납부 방식으로 지급했던 월 1억5000만원 규모 본사 사무실 임차료를 분할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8월분 임차료를 8월과 9월에 절반(약 7500만원)씩 나눠내고, 9월분 임차료는 10월과 11월에 나눠내는 방식이다.
만약 이조차 지급하지 못할 경우 사무실 입주 초기 낸 보증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는 지난 8월 16일 8월분 임차료의 절반인 약 7100만원을 납부한 상태다.
메쉬코리아 측은 "8월과 9월 자금 사정에 여유가 없어 분할 상환을 요청했고, 운영사와 합의했다"면서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메쉬코리아가 이대로는 사업 지속 운영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경기권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월 1억5000만원의 돈도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금을 사업 확장에 재투자해 매출을 늘리고 다시 매출에 비례해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이른바 '캐시버닝' 전략이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추가 투자로 자금 등을 마련해야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기업 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제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7월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5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후 자체 풀필먼트(종합물류)센터를 잇따라 확장했다. 김포, 남양주 풀필먼트에 이어 곤지암에도 풀필먼트센터를 추가 구축하고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도 3곳으로 늘렸다.
투자 확대로 지난해 매출(3038억원)이 2017년(301억원)의 10배로 증가하자, 메쉬코리아는 올해 1월 3000억원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8개월 넘게 투자 유치를 이루지 못하면서 자금이 완전히 경색됐다. 지난해까지 누적결손금은 1100억원을 넘었다.
투자 유치를 확신하며 진행한 제2금융권 대출도 메쉬코리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월 메쉬코리아는 OK금융그룹으로부터 360억원의 단기자금 대출을 받았다. 창업자인 유정범 총괄대표 주식(100만1341주)을 담보로 한 연 최대 9% 대출이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메쉬코리아는 정부의 모험자본 육성 정책과 자금 시장 호황으로 투자금이 몰렸던 작년만을 기억하며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면서 "OK금융그룹이 담보로 잡은 주식 매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메쉬코리아가 오늘식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제주산 딱새우회' '통영 전복회'를 오후 3시 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 식탁에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75만명 회원을 모았지만, 자금 경색을 겪으며 결국 지난 2일부터 모든 상품을 '품절'로 돌리고 사업을 중단했다.
오늘식탁 역시 투자를 받으면 사업 확장에 재투자해 매출을 늘리고 다시 더 큰 투자를 유치하는 캐시버닝 전략을 폈다.
그러나 올해 신규 투자가 안 되면서 수산물 구매와 배송 등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뤘고, 전 직원에 권고사직 통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식탁 투자사 한 고위관계자는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손실처리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메쉬코리아 임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배송 사업의 경우 경기권 중단을 넘어 서울까지도 추진하고, 기존 사업이었던 이륜차 배달만 남기려 한다"면서 "투자를 검토하는 기관이 있지만, 이조차 안 되면 정말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1년 발생한 '닷컴 구조조정' 사태가 '플랫폼 구조조정'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투자 가뭄이 브랜디, 왓챠, 발란, 리디 등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플랫폼 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엔 네이버만 살아남았다.
벤처캐피탈(VC)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모태펀드 재원을 지원해도 이를 받은 VC가 벤처펀드로 확장하지를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30억원 정부 자금을 받아 100억원 벤처펀드를 만드는 식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70억원을 못 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마저 줄이기로 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5200억원 규모였던 올해와 비교해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내년에는 그나마의 투자 유치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