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027410)그룹이 2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사장이 주력인 편의점 사업을 이끌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차남인 홍정혁 부사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친환경 신소재 부문을 지배하며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GF의 종속회사 코프라는 자회사인 BGF에코바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29일 공시했다.
사측은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지주사인 BGF가 지난달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KOPLA)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지배 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3년생인 홍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코프라는 BGF가 지난해 11월 인수한 산업용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업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금속 대체재'로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 받는 소재다.
기존 자회사였던 BGF에코바이오는 주로 소비재에 쓰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을 만든다. 2020년 발포 PLA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용기 전문 브랜드 리버트(Revert)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편의점 CU가 샌드위치와 디저트 등을 이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에코바이오에 50억 투입,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사 인수 주도
2019년 홍 부사장 주도로 BGF에코바이오를 통해 인수한 KBF 역시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한 업체다. 이를 통해 BGF는 생분해성 발포 플라스틱 관련 핵심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갖게 됐다.
그는 BGF에코바이오 설립 당시 개인자금 50억원을 투자했다. 그가 BGF에코바이오 지분의 16.67%를 보유한 배경이다. 나머지 83.33%는 지주사 BGF의 소유다. 지난해 코프라 자회사로 편입 과정에서 현물을 출자한 홍 부사장과 BGF는 각각 코프라 지분 2.71%, 6.33%를 갖게 됐다.
홍 부사장은 이후 2년 만에 코프라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 '산업용 소재' 시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소비재용 위주인 BGF그룹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영역을 산업재까지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다.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필수 요소로 부상하면서, 국내 석화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생분해성플라스틱·폐플라스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5년 내 글로벌 PLA 시장이 3조원 규모를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도 주목하는 이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PLA 관련 기준 마련'을 110대 국정과제에 올렸다. 산업부 주도로 PLA 평가·인증·처리시스템을 마련하고, 환경부 차원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한 석유·화학·수소연료 재활용 허용을 서두른다는 내용이다.
특히 신소재 분야는 BGF그룹의 편의점 사업과 포장재 등 ESG 환경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장남인 홍 사장이 주력인 유통업을, 차남인 홍 부사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총괄하며 '2세 경영' 체제를 굳히는 셈이다.
업계에선 화이트바이오(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기존 화학·에너지 산업의 소재를 대체하는 바이오 산업) 시장의 '젊은 경영인'으로 떠오른 40세의 홍 부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부친인 홍 회장이 BGF그룹은 장남에 맡기되 소재 관련 계열사는 차남의 지분을 점차 늘리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BGF그룹 관계자는 "홍정혁 부사장은 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다"며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화이트바이오 및 친환경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