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의 원단 기업 시마 살리기에 동참한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 대표들.

법정 관리(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원단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중소기업 대표 등 90여 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영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원단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제품 홍보부터 판매까지 십시일반(十匙一飯) 돕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얼어 붙어도 온기를 나누며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는 의견이 25일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이들은 기업 경영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나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원단 기업 시마에 대해 알게 됐다.

정성만 기아차 부장, 안은경 바라던컴퍼니 대표, 농산물 쇼핑몰 대표, 인테리어 업체 대표, 프랑스 헤어 살롱 브랜드 대표, 공유 주방 대표, 음식 전문 사진가 등 90여명이 기꺼이 무보수로 시마 살리기에 동참했다.

이들은 시마 원단으로 만든 마스크를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원래는 원단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지만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브랜딩부터 제품 사진 촬영, 소셜미디어(SNS) 홍보, 판로 개척까지 지원했다. 현재 마스크 1200박스, 약 20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시마를 위해 주저하지 않고 힘을 보탰다. 코로나로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타인을 외면하지 않고 도울 때 타인도 나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했다. 이들은 "법정관리를 벗어나 미래로 가는 시마를 보고 싶다" "힘내세요"라며 시마를 응원하고 있다.

김지미 시마 대표.

안 대표는 "경영 뿐만 아니라 사회 공헌이라는 가치를 모임에서 공유하고 있었다"며 "시마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한 번에 100만원씩 제품을 구매하거나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미 시마 대표는 "10원 하나 안 받고 저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유를 물었더니 '열정과 사명이 있는 모습을 보고 돕는다'고 하더라"며 "'김 대표가 일어설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분들이 있어 고맙다"고 했다.

김 대표는 1998년 시마를 설립했다. 원단을 생산해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LF(옛 LG패션), 코오롱 등 대기업에 납품했다. 모·트리아세테이트, 모·린넨 등 교직물(交織物)로 유명하다.

섭씨 500도까지 버티는 아라미드 원사로 소방복 원단을 만들었고 리우 패럴림픽 선수들의 연습복을 제공했다. 기능성 교복과 회사 유니폼도 제작했다.

시마는 설립 초기 교직물을 개발했지만 설비를 갖춘 공장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대부분 공장은 대기업과 거래했고 "거래처 알면 큰일 난다"며 시마 제품 생산을 거절했다.

김 대표는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절대 폐 끼치지 않겠습니다"라며 포기하지 않았고 제품력을 알아본 몇몇 공장에서 시마 교직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성장하며 사회 공헌도 활발하게 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고졸 직원의 대학 진학을 도왔다.

김 대표는 2014년 국무총리 여성 경제인 표창을 받고 이듬해 대구지방국세청으로부터 모범 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2015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이사를 지냈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원단 기업 시마. /시마

모든 기업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친다. 시마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사세 확장을 위해 경북 경산시의 토지와 건물에 투자하던 중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2018년 말 대구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는 기업의 채무 등을 일부 탕감해주며 회생을 돕는 구조 조정이다.

매출을 올려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게 목표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가 위축돼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마의 매출은 2014~2015년 100억원에 달했으나 작년 5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는 50억원 수준이다. 직원들은 60여 명에서 필수 인력인 기술직 등 15명만 남았다.

김 대표는 "섬유 산업의 미래를 말하고 싶은데 힘들다고 도망갈 수 없다"며 "레프트 훅을 맞아도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15%라고 하는데 섬유와 기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다시 일어나 믿고 지켜봐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꾸준히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