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시장이 변화의 국면을 맞았다. 롯데쇼핑(롯데온), BGF(헬로네이처), GS리테일(GS프레시몰)이 새벽배송을 중단한 데 이어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가 지난 26일부터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반면 네이버쇼핑, 지마켓글로벌, 코스트코 등은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장보기 업체 컬리가 2015년 국내에 처음 새벽배송(샛별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18년 4000억대에서 지난해 4조원대로 커졌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9조원, 내년에는 12조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조 새벽배송 시장, 포기 업체 속출하는 이유
새벽배송 서비스는 전날 특정 시간 내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맞벌이 가구 및 주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큰 반응을 얻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도 새벽배송 시장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데 반해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새벽배송은 콜드체인이 갖춰진 물류센터 특수 포장과 배송, 인건비 등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배송량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배송 물량이 적은 경우가 많아 '매출이 커질수록 적자가 나는' 기업이 많았다.
롯데온의 경우 즉시 배송(바로배송)보다 이용자가 적었고, 프레시지는 새벽배송 사용자가 전체의 5%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엔데믹(풍토병)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국면을 맞아 온라인 소비가 둔화한 것도 서비스 축소의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업태별 소매판매액에 따르면 오프라인 판매액은 작년 1분기 5.4%에서 올해 7.3%로 상승했지만, 온라인 판매액은 21.1%에서 11.8%로 감소했다. 온라인 소매시장 침투율 역시 작년 4분기 22.4%에서 올 1분기 22.2%로 소폭 하락했다.
◇네이버·코스트코는 새벽배송 눈독... 진검승부 시작
금리 인상과 기술주 폭락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새백배송 종료에 한몫 했다. 비전펀드가 작년에 연이어 쿠팡 주식을 대규모 매도한 사실은 이커머스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한 직매입, 풀필먼트 서비스, 판매 솔루션 등을 제공하며 성장해 왔으나, 엔데믹 국면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라며 "이제부터는 무분별한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모델에 변화를 주는 이커머스 3.0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새롭게 새벽배송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다. 일상에 자리한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식품 온라인 침투율(18.8%)이 타 소비재(패션 35.1%)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기회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쇼핑, G마켓 옥션, 코스트코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아시스는 전략적 투자자(SI)인 이랜드리테일과 KT알파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대행하기로 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위해선 새벽배송을 놓아선 안 된다"라며 "현 분위기는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섬에 따라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마트의 경우 점포 일부를 그룹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쓱닷컴)의 배송기지로 활용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유리한 상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데믹 영향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복원하는 데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있어 새벽배송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며 "배송시장의 급성장은 코로나가 가져온 거품이었다. 앞으로는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