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신세계백화점 구매 실적 3%에 팝니다.”

최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신세계백화점 구매 실적 1000만원이 인정되는 영수증을 3%인 30만원대에 판매하는 것이다.

신세계(004170)백화점 우수 고객(VIP)이 되면 무료 주차, 라운지 이용, 명절 선물, 할인 혜택 등을 누릴 수 있어 실적 구매가 이득이라는 게 판매자들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영수증을 구매한 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영수증 번호를 입력하고 실적을 적립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실적을 이미 채운 사람들은 남는 영수증으로 용돈 벌이를 하고 실적이 부족한데 우수 고객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꼼수로 실적을 채우고 혜택을 받는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이달부터 백화점 주차권과 구매 영수증을 중고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엄격하게 대응키로 했다.

적발되는 경우 우수 고객에서 제외하고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수 고객을 퇴출하는 것은 백화점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고객 혜택을 중고 거래하는 경우가 늘며 정상적으로 선정된 우수 고객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구매 이력과 개인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매 금액에 따라 1년간 VIP 혜택을 제공한다. 트리니티(구매 금액 최상위 999명)는 하루 종일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이아몬드(6000만원)와 플래티넘(4000만원)은 하루 5시간, 골드(2000만원)와 블랙(800만원)은 3시간 무료 주차할 수 있다.

트리니티 주차권은 중고로 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회사가 서울에 있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구매한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데 유료 주차장도 어차피 돈이 들기 때문에 기왕이면 1년 동안 백화점에서 마음 편하게 서비스를 받으며 주차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 입장에서 우수 고객에게 엄격하게 신분을 확인하거나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중고 거래 사이트를 확인하며 비정상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댓글로 안내하는 정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으로 부정 거래로 판단되면 고객에게 소명을 요청하고 우수 고객 제외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롯데·현대 등 다른 백화점도 우수 고객에게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비정상 거래하는 경우 우수 고객으로 선정하지 않으며 롯데백화점도 주차권을 양도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