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의 자체 브랜드(PB) 원두커피 '카페25'. /김은영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25 DX 랩(LAB)점에 들어서자 커피 향이 물씬 풍겼다. 이곳은 GS리테일(007070)이 지난달 신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편의점’으로 선보인 매장으로, 점포 일부를 할애해 즉석 원두커피 자체 브랜드(PB) ‘카페25′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오리지널, 프리미엄, 디카페인 등 커피머신 4대를 설치하고, 원하는 도안을 라테아트로 구현하는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매장 한 켠엔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베이커리도 구성했다.

GS25가 원두커피에 공을 들인 이유는 커피가 편의점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만 연간 1억9000만 잔의 커피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가량 신장했다.

그래픽=손민균

◇편의점에 커피 사러 간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편의점에 담배 사러 오는 시대는 갔다. 이제 커피 사러 오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2015년부터 원두커피 ‘카페25′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당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산 유라 커피머신을 점포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커피도 유명 산지의 원두와 스페셜티 원두를 블렌딩했다. 1만4000개 점포에 커피머신을 들인 걸 고려하면, 투자금만 1800억원 이상 든 셈이다.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판매 가격은 1000~2000원대로 맞췄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격적인 행보였으나, 원두커피는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는 인기 상품이 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에 있어서도 커피전문점과 견줄만한 수준”이라고 편의점 커피의 인기 이유를 짚었다.

GS리테일이 최근 한국커피연합회의 전문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편의점 4개사(GS리테일,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와 커피전문점 4개사(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커피)의 블라인드 평가를 진행한 결과, GS리테일의 아메리카노가 1위를 차지했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순위는 5위였다.

CU의 PB 원두커피 '겟(GET)커피'. /CU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4사가 판매한 원두커피 양은 5만 잔에 달했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약 1200원)를 팔았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이상을 원두커피로 벌어들인 셈이다.

편의점 커피의 인기 요인은 커피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1000원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서다. 여기에 고가의 커피머신과 원두를 적용해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CU가 2017년부터 선보이는 ‘겟커피’도 컵 얼음에 이어 전체 상품 판매량 2위에 오른 베스트셀러다. 작년에만 1만6800만 잔을 팔았고, 올 들어서도 20%대의 매출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CU의 운영사 BGF리테일(282330)은 열대우림동맹의 인정받은 친환경 원두를 인기 이유로 꼽았다. 달콤한 향의 콜롬비아산 원두와 산미를 지닌 탄자니아산 원두를 7:3의 황금비율로 로스팅한 후 블렌딩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 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은 2015년 1월부터 점포에서 즉석 원두커피 ‘세븐카페’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편의점들이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드립 원두커피를 선보인다. 일본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600만원 상당의 전자동 드립 추출 기기로 커피를 종이 필터에 한 잔씩 내려 깔끔한 맛을 더했다.

100% 아라비카 원두에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받은 생두를 사용해 프리미엄 가치를 높였다. 지난해 1만개 점포에서 8500만 잔을 팔았고, 올 들어서도 전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도 즉석원두커피 ‘이프레쏘’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편의점은 여러 원두를 혼합한 블렌딩 커피를 쓰는 타 편의점과 달리, 단일 원산지의 원두를 사용한 싱글 오리진 커피로 깔끔함을 더했다. 이프레쏘는 지난해 4500여개 점포에서 5000만 잔이 팔렸고 매년 매출이 40%씩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24 PB 원두커피 '이프레쏘'. /이마트24

◇1년에 5억 잔 팔린 편의점 원두커피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커피 소비가 많은 많은 나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3년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이중 3분의 2가량이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물가 인상 등으로 편의점의 저가 커피를 찾는 일이 늘고 있어, 편의점의 커피 판매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편의점들은 커피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겟커피의 품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당 300만원대의 중국 칼렘 커피머신을 쓰고 있으나, 1000만원대 중반의 이탈리아산 커피머신으로 기기를 교체하는 등 커피 맛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 세코의 커피머신을 사용해 PB 커피 ‘이프레쏘’를 선보이는 이마트24도 작년부터 기기를 기존(700만원)보다 2배가량 비싼 1400만원대 ‘그랑 이데아’로 전환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원두커피는 가맹본부가 기기를 지원하고 점주가 월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점주들에게도 호응이 높은 상품군”이라며 “테이크아웃으로 판매되는 특성 상 커피의 맛과 품질이 구매를 좌우하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