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앞. 시간당 30~5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우산 1000여 개가 물결처럼 펼쳐졌다.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 대 팀 K리그 친선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3시간 일찍 도착한 인파로, 모두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들이었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다은(24) 씨는 “토트넘 경기를 보기 위해 1등석을 예매했다”라며 “매달 쿠팡 로켓배송으로 5만~10만원 상당의 뷰티 제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흥행에 MZ세대 회원 대거 유입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연이어 킬러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73만3269명으로 서비스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일에는 일간 사용자 수가 75만6772명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영국 토트넘 홋스퍼 FC 내한 경기 독점 중계 및 수지 주연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등이 흥행하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고무적인 것은 10~30대 회원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엔 유료 멤버십 이용자가 온라인 장보기를 주로 하는 30~50대 주부들에게 집중됐으나, 쿠팡플레이가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독점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올해 1분기 기준 900만명이던 로켓와우 회원 수가 쿠팡플레이의 활약에 힘입어 곧 1000만명을 돌파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토트넘과 스페인 세비야 FC의 초청 경기를 주관하고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국내 토종 OTT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EPL)을 초청해 내한 경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13일, 16일 두 차례 열리는 경기 티켓을 판매했는데, 예매 시작 50분 만에 10만 여장이 매진됐다.
회원 대상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이 참석한 토트넘 선수단 비공개 팬 미팅(100명), 토트넘 오픈 트레이닝(75명), 선수들과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에스코트 어린이(44명), 토트넘 유스팀 코치가 축구 기술을 가르치는 유스 클리닉(44명), 세비아 오픈 트레이닝(50명) 등의 이벤트를 로켓와우 회원 및 자녀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멤버십 요금 인상했지만, OTT 덕에 회원은 늘어
쿠팡은 경기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의 TV 중계권 판매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직 회원만을 위한 이벤트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의 행사는 오로지 모든 로켓와우 회원님들과 가족들을 위한 큰 잔치였다”며 “앞으로도 로켓와우 회원님들에게 더 큰 기쁨과 감동을 선사해 드리겠다”라고 썼다.
2020년 12월 출범한 쿠팡플레이는 쿠팡와우 회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에 이어 업계 후발주자로 등장한 쿠팡플레이는 출범 초 ‘가격은 싸지만 볼 것 없는 가성비 OTT’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독점 콘텐츠 수를 늘리며 경쟁력을 높였다.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와 파리 생제르맹 FC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고,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FL) 등과 손을 잡으며 스포츠 콘텐츠를 늘렸다. 또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를 4년 만에 선보여 인턴기자 캐릭터를 히트시켰다.
최근 선보인 수지 주연의 드라마 ‘안나’도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다음 달엔 신하균 주연의 시트콤 ‘유니콘’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로켓와우 멤버십 월 이용료가 2990원에서 4990원으로 올랐음에도 회원 이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록인(Lock-in·묶어두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