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는 14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2022 하반기 VCM’을 진행했다. 롯데는 시그니엘 부산에 설치된 벨리곰 앞에서 부산시와 함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했다. 사진은 (왼쪽에서 5번째) 박형준 부산시장, (왼쪽에서 6번째) 신동빈 롯데 회장. / 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은 이날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주최했다. 1년에 2번 열리는 VCM이 부산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응원하기 위해 롯데그룹 사장단이 총출동 했다.

신 회장은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밀화학(004000)처럼 자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그룹 내 계열사 사례를 참고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좋은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추진중인 변화 사례로 ▲롯데제과 ∙ 롯데푸드 합병 ▲유통 사업군의 라이프스타일 ∙ 그로서리 등 카테고리 중심 사업구조 전환 ▲화학 사업군의 수소 ∙ 전지소재 등 신사업을 통한 스페셜티 비중 확대 ▲호텔 사업군의 사업체질 개선 등을 언급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한 변화를 당부했다.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덕목으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새롭게 정의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새로운 비전과 전략의 실행에 필요한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은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해내자는 의미로 ‘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을 제시했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Right thing)을 고민하고 적시(Right time)에 실행해줄 것을 주문한 신 회장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며 VCM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는 ‘턴어라운드 실현을 이끈 사업경쟁력’을 주제로 한 외부 강연으로 시작해 그룹의 신사업인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인프라 사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비전과 추진 로드맵을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유통·화학·식품·호텔 4개 사업군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 후 처음으로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사업군별 ▲산업 트렌드 및 경영활동 리뷰 ▲신사업 및 글로벌 사업 추진 계획 ▲실행력 제고를 위한 조직역량 강화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식품군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메가 브랜드 육성 및 밸류체인 고도화, 성장 인프라 구축 등을 모색했다. 유통군은 ‘고객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새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등에 이르는 혁신을 강조했다.

화학군은 수소에너지, 전지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사업 추진 계획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호텔군은 사업구조 재편 및 조직 체질 개선 전략을 공유했다.

신 회장은 VCM에 앞서 13일 롯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 홈 경기를 관람한 뒤 이날 오전 부산시청을 방문해 박형준 시장과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신 회장은 롯데타워 건립,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