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032350)은 지난달 20일 보유하고 있던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토지 장부가가 1047억원에서 5680억원으로 5배 상승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지난 1980년 제주시로부터 공개 입찰을 통해 부지를 매입한 후 40여년 만에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자산 재평가를 통해 롯데관광개발은 자기자본이 911억원에서 4170억원으로 늘고, 부채비율은 1358%에서 322%로 낮아졌다.
늘어난 장부가는 재평가잉여금과 이연법인세 부채로 나눠져 재무제표에 반영되는데, 일반적으로 부채보다 자본 증가 폭이 커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패션 브랜드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등을 보유한 인디에프(014990)도 최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한 결과 장부가가 214억원에서 345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탈모 증상 완화 샴푸 ‘TS샴푸’를 판매하는 TS트릴리온(317240)도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파주시 ▲강원도 평창군에 보유한 토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 토지들의 현재 장부가는 353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자산, 자본 증대 효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2년여 간 본업을 통한 현금 확보가 어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매출이 2019년 692억원에서 작년 884억원으로 늘었으나 영업적자가 2019년 162억원, 2020년 714억원, 작년 1313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채총계는 작년 말 기준 1조2500억원, 결손금은 5447억원에 달한다.
인디에프도 매출이 2019년 2025억원에서 작년 1487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적자는 16억원에서 221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TS트릴리온은 매출이 2019년 705억원에서 작년 499억원으로 감소했고 적자 전환했다. 작년 영업적자는 76억원이다.
양제경 회계법인 마일스톤 대표는 “최근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재평가를 의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자산 재평가로 부채비율을 낮춰 대출이 수월해지기를 기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산 재평가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바꾸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회사의 영업능력이나 생산성 등 본업과 관련한 능력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신용평가사의 연구원은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이 낮아진다고 해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는 건 단지 회계장부에 적힌 유형자산 금액이 달라졌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산 재평가는 한때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증시 상황이 워낙 안좋은데다 투자자들도 실제 사업 능력과 별개라고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자산 재평가 결과를 발표한 이후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10% 하락했고 인디에프(014990)는 공시한 11일 주가가 1.6% 하락했다. TS트릴리온(317240)은 자산 재평가를 하겠다고 밝힌 후 15.3%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