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009240)의 매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
올 들어 1분기 개별 기준 매출 11% 감소를 겪은데 이어 지난 2분기까지 재차 14%대 매출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IMM PE가 올해 초 추진한 홈인테리어 사업의 부문 승격, 디지털 전환 부문 신설을 통한 온라인 가구 판매 강화가 모두 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샘의 주가는 8만원, 7만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6만원 초반에 머물고 있다.
8일 가구업계의 상반기 매출 잠정 집계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한샘의 매출은 약 82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분기 매출 411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해 11% 매출 감소를 겪은 이후 재차 매출이 줄었다.
가구업계의 매출 잠정 집계는 각 가구기업 영업부서가 판매 데이터를 모아 작성하는 자료로 기업 내부 전략 수립 등의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실적 전망치와는 다른 성격"이라면서 "실제 판매량에 기반을 두고 작성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지난 2분기까지 소비자 대상(B2C) 리빙 가구 판매는 물론 홈인테리어 전 부문이 역성장 했다. 직영점과 대리점 가구 판매는 18% 줄었고, 온라인 가구 판매 역시 14% 감소했다. 특히 홈인테리어 부문은 지난 6월까지 매출 3080억원을 기록하며 21% 넘게 매출이 줄었다.
한샘은 올해 들어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절반으로 떨어진 데 따른 가구·인테리어 구매 수요 감소 영향이라는 설명이지만, 이 같은 매출 감소는 유독 한샘에서만 나타났다. 국내 2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현대리바트(079430)는 가구 판매와 홈인테리어 매출이 2%, 1% 감소한 데 그쳤다.
IMM PE의 한샘 '새판 짜기'가 되레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IMM PE는 지난해 12월 이사회 장악 이후 디지털 전환 강화, 홈인테리어 사업 강화를 목표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다만 신규 임원을 새로 들이면서 기존 임원이 대거 떠나는 인력 유출 사태를 겪었다.
특히 IMM PE는 B2C 인테리어·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리하우스본부와 욕실·주방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키친바흐본부를 홈리모델링사업부문으로 통합했는데, 해당 부문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2분기까지 리하우스와 키친바흐사업 매출이 각각 18%, 2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주방·욕실과 집 전체 공사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통합을 결정했지만, 정작 시공단의 구분은 명확한데 IMM PE는 이를 모르고 있다"면서 "통합으로 각 본부장이 모두 퇴임한 것도 한샘의 홈인테리어 매출 감소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샘에 따르면 리하우스사업을 이끌던 안흥국 사장과 키친바흐사업 수장인 김덕신 부사장이 한샘을 떠났다. 이들을 포함 한샘의 부서장급 임원 12명이 퇴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11명이었지만 한샘연구소를 이끌던 김홍광 상무마저 지난 6월 말을 끝으로 한샘에서 물러섰다.
IMM PE가 온라인 가구 판매를 위해 강화를 새로 조직한 DT(디지털전환)부문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IMM PE는 DT부문을 홈리모델링사업부문과 함께 한샘을 2개 부문으로 나누고 아래 사업부를 두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사업본부가 DT부문에 있다.
가구업계의 매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2분기까지 온라인 가구 판매에서 매출 감소를 겪은 곳은 한샘이 유일했다. 올 들어 6월까지 한샘은 온라인 가구 판매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14% 매출이 줄었지만, 현대리바트는 4% 증가를 기록했다. 신세계까사는 65% 늘었다.
한샘의 2분기 매출 전망이 악화로 치닫는 가운데 주가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한샘의 주가는 6만1600원을 기록했다. 전일 6만800원에 비해 1.32% 올랐지만, IMM PE로의 인수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해 7월 14일 14만6000원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목표 주가는 줄줄이 하향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5일 기존 10만원이었던 목표 주가를 8만원으로 내렸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와 시장 침체로 인한 거래 부진, 여기에 리오프닝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