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 /알라딘 캡처

신세계(004170)그룹이 일본 인기 드라마 1리터의 눈물을 리메이크한다. 쿠팡 등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고객을 묶어두는 것처럼 제품 품질·가격·배송을 넘어 영상으로 고객의 일상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계열사 실크우드는 2005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1리터의 눈물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계획이다.

1리터의 눈물은 15세에 불치병에 걸려 25세에 세상을 떠난 기토 아야의 수필이 원작이다. 척수 소뇌 변성증으로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지만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가족을 보며 살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내용이 담겼다.

책은 출간 10개월 만에 200만부 판매됐으며 드라마는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아 일본에서 이례적으로 20%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영화로도 제작됐다.

실크우드는 아이돌 연습생이 시한부가 된다는 내용으로 1리터의 눈물을 각색할 예정이다. 서바이벌 오디션을 배경으로 불치병에 걸린 연습생의 당찬 투병 생존기를 다룰 계획이다.

실크우드는 1리터의 눈물 외에도 전자 음악(EDM) 드라마,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전문가)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의 심리 드라마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크우드 관계자는 “1리터의 눈물은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 콘텐츠로 기본 스토리가 탄탄하고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판권을 구입했다”며 “대본을 각색 중으로 완성되는 대로 편성과 캐스팅을 진행할 예정으로 방영 플랫폼은 미정”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콘텐츠 회사를 설립·인수하며 영상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 힙합왕을 제작한 실크우드를 32억원에 인수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을 배급하고 웹툰 등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영상을 만드는 스튜디오329를 45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는 그해 260억원을 들여 마인드마크를 세우고 760억원을 출자했다. 마인드마크는 작년 KT스튜디오 지니와 업무협약을 맺고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선보였으며 올해 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배급에 참여했다.

유통업계는 이미 방영되는 드라마나 영화에 제품을 협찬하는 간접 광고(PPL)를 넘어 아예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 광고는 이야기 흐름과 맞지 않거나 제품이 뜬금없이 등장해 어색하다는 문제가 있는데 기업이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자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연계시킬 수 있다. 고객은 처음부터 구매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드라마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신세계는 올해 1분기 기준 마인드마크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마인드마크는 실크우드(58.05%)와 스튜디오329(55.13%)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세계 측은 “콘텐츠 경험을 무제한 제공하고 고객 일상의 시간을 점유할 것”이라며 “K콘텐츠에 관심이 높은 해외를 겨냥해 투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