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24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컬리,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등 유통업계 기업공개(IPO) 대기조가 주목하고 있다.

쏘카는 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특례상장' 1호 기업이다.

기업가치, 액면가, 구주매출 비율과 관련해 이전 IPO 기업들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는데 공모 흥행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쏘카 박재욱 대표가 쏘카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 밝혔다. (쏘카 제공)

28일 쏘카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유가증권시장에 총 455만주를 1주당 3만4000~4만5000원에 공모할 계획이다.

공모 예정금액은 희망가 상단 기준으로 2048억원, 이때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이다. 상장 예정일은 8월 18일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2890억원, 영업적자 21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 '분기 기준 흑자'를 낸 적은 있지만 연간으로는 적자를 내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실적과 관계없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을 완화한 데 따른 특례 상장 1호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공모가 산정, 액면가 및 구주매출 설정에 있어 기존 IPO 기업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① 한때 2兆 거론되던 몸값...프리IPO 수준으로 제시

증권신고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예상보다 낮은 몸값이다. 쏘카는 지난 3월 롯데렌탈에 지분 13.9%를 1831억원에 매각하면서 기업가치 1조3000억원대를 인정 받았다. 당시 1주당 가격은 4만5000원 수준. 증권업계에선 상장 때 쏘카가 2조원의 시가총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쏘카는 증권신고서에서 비교기업을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 리프트, 그랩 등 10개사로 선정하고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가 평균 8배라는 점을 고려해 시가총액을 2조4119억원으로 제시했다.

통상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같은 업종 내 유사 기업의 영업이익, 주가수익비율(PER) 등 수익성 지표를 비교해 시가총액을 산출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영업적자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 시가총액에 33.9%~50% 할인율을 적용했는데 최근 5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평균 할인율(22%~35%)보다 큰 폭이다.

최근의 증시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기도 하고, 롯데렌탈이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로 단기 수익률보다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투자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② 액면가 100원…500원 환산시 '주당 22만원'

쏘카의 액면가가 100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액면가는 기업이 주식을 발행할 때 정한 1주당 가격이다. 액면가에 주식 총수를 곱하면 자본금이다. 시장 거래를 통해 형성되는 주가와 달리 실시간으로 변동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국내 상장사의 액면가는 500~5000원이 주를 이룬다. 주가가 너무 낮으면 기업 이미지에 안좋다는 인식 때문에 2010년 초반까지 액면가 5000원이 많았지만 한국거래소가 개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고 액면 분할을 유도하면서 5000원 미만인 기업이 늘었다.

상법에 따라 기업이 정할 수 있는 최소 액면가는 100원 이지만, 이 경우 더이상 액면분할을 못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상장 초기엔 500원 이상으로 정한다.

액면가를 낮게 설정하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식 거래가 잘 안 일어나면 단 몇 주만 거래돼도 주가가 크게 오르내려 가격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액면 분할을 한다.

기업의 또 다른 노림수는 '주가가 저렴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액면가 500원이던 주식을 100원으로 액면분할 하면 1주가 5개로 쪼개지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도 5분의1로 낮아진다.

주식 수가 늘어났을 뿐 주식 가치에는 변동이 없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마치 주식이 저렴해진 느낌이 들 수 있다.

쏘카의 경우 애초 액면가를 최저금액인 100원으로 설정함으로서 공모가가 낮아보이는 효과가 발생했다.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환산한 공모가는 17만~22만5000원이다. 현재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의 액면가도 100원이다.

③ 구주매출 0…최대주주 "1년 간 주식 안판다"

쏘카가 구주매출을 전혀 하지 않고 100% 신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도 최근의 위축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받은 행보다. 구주 매출은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말하는데,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

최대주주이자 이재웅 창업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 SOQRI와 이 창업주가 설립한 유한회사 소풍,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3사 공모 후 지분율 28.04%)도 1년 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했다. 상장규정 상 의무보유기간 6개월에 자발적으로 6개월을 더 추가한 것이다.

국내 한 이커머스의 재무 담당자는 "지금 증시 상황을 보면 쏘카의 시가총액도 높게 제시됐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구주매출을 아예 빼고 의무보유 기간을 늘린 것 등 흥행을 위한 필요 조건은 갖췄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쏘카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지 여부가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후발주자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