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옛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출범한 'SSG랜더스'의 매출 42%가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가장 기여도가 큰 계열사는 매출 규모가 큰 이마트(139480), 신세계가 아닌 쓱(SSG)닷컴이다. 두 회사와 달리 SSG닷컴은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에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내년 상장을 앞둔 SSG닷컴은 야구단 유니폼과 헬맷, 경기장 광고판 등 현장 관중과 TV 관객들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회사 로고를 노출해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27일 SSG랜더스 운영사 신세계야구단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운영한 첫 해인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한 529억원, 영업이익은 8억5000만원 적자에서 70억600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 프로야구 경기가 무관중으로 개최되면서 운영 비용이 감소하고 선수단 연봉도 일부 줄어든 영향이다.

무엇보다 신세계그룹 각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광고선전비를 지출한 것이 주효했다. 계열사가 야구단에 낸 분담금은 2020년 209억원(SK그룹)에서 작년 약 224억원(신세계그룹)으로 늘었다. 계열사 매출 비중은 42%로 두산베어스(37%)보다는 높고 롯데자이언츠(58%)보다는 낮다.

계열사별 분담금을 보면 SSG닷컴이 90억5000만원을 지출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이마트(71억원) ▲신세계(25억원) ▲신세계티비쇼핑(9억원)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코리아·4억4000만원) ▲이마트에브리데이(4억원) ▲이마트24(3억원) ▲신세계엘앤비(3억원) 순이다.

이마트, 신세계와 달리 SSG닷컴은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 매출은 15.5% 증가한 1조4942억원, 영업적자는 469억원에서 1079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런데도 SSG닷컴의 지출액이 가장 컸던 것은 광고 효과가 가장 절실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이름에 이마트, 신세계가 아닌 'SSG'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출범한 SSG닷컴은 작년 기준 거래액 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작년 신세계그룹이 G마켓·옥션을 인수하면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3강으로 떠올랐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두 회사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은 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 했으나 이커머스 등 플랫폼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자 연기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기업가치는 9조~10조원이다.

계열사 매출은 경기장에 회사 광고를 싣거나 선수단 헬맷, 유니폼에 로고를 삽입하는 데 따른 광고비 명목이다. 경기장에서 포수 후면 광고판이나 선수단 유니폼 정중앙 처럼 관객 눈에 잘 보이는 자리 일 수록 광고 단가가 비싸게 책정된다.

야구단이 보유한 경기장 내 임대매장의 임대료 수입도 계열사 매출로 잡힌다. SSG랜더스의 홈구장인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이마트24, 스타벅스, 노브랜드버거 등이 입점해 있다. 유통업이 주력인 만큼 제조업 기반인 다른 야구단 운영사보다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SSG는 구단 인수 첫 해였던 지난해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에 데려오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광현은 국내 선수 최고 연봉(81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두 선수 연봉으로만 108억원을 썼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 인수 후 마케팅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프로야구 시즌에서 현재까지 리그 1위,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1만3452명) 1위다. 올해 SSG랜더스필드 F&B(식음료) 월평균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67%, 2018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그러나 야구단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회사 실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간 야구단 운영비만 400억~500억원인데 그 이상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야구 팬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팬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성스러운 팬들이 구단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어 소비재 기업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