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007070)의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가 가두점 운영을 중단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랄라블라는 가두점을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고 올 상반기 25개 점포를 폐점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70개였던 점포는 현재 45개로 줄었다.
랄라블라는 2004년 GS리테일이 홍콩 왓슨스홀딩스와 지분 50%씩을 출자해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를 세우고 드럭 스토어 왓슨스를 운영한 것이 전신이다.
이후 2017년 GS리테일은 H&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왓슨스코리아를 흡수 합병하고, 이듬해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바꾸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적자 경영이 계속되자 바로 외형 줄이기에 돌입했다. 2018년만 해도 매장이 168개였으나 지난해 70개로 줄었고, 올해는 50개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의 매장 수가 1200개가 넘는 걸 고려하면 현저히 적은 수다.
업계에선 랄라블라가 가두점 철수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CJ올리브영의 독주가 거센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실적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랄라블라 사업이 속한 이 회사의 공통 및 기타 부문 영업적자는 작년 1분기 221억원에서 올 1분기 553억원으로 확대됐다. 공통 및 기타 부문은 랄라블라, 어바웃펫, 이커머스, 개발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는 주력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340억원)이 작년 동기 대비 19%가량 줄면서 증권가의 예상치를 하회했는데, 랄라블라 점포 폐점으로 인해 해당 인력이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 인건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랄라블라의 인력이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 1분기 편의점 사업의 인건비가 20억원 정도 증가했다"라며 "랄라블라가 철수 수순에 있기 때문에 영업손실이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라고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을 겨냥해 명동, 인사동 등 주요 상권에 점포를 열었는데, 사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었다"라며 "사업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접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업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 중"이라면서 "경쟁 브랜드인 롭스의 전략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롯데쇼핑(023530)이 2013년 출범한 H&B 스토어 롭스는 실적 부진으로 올해 중 오프라인 가두점을 모두 철수하고 롯데마트 내 숍인숍(매장 안의 또 다른 매장) 형태로 들어가는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GS리테일 역시 편의점과 이커머스 등 자사의 유통 채널과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GS리테일은 GS25와 랄라블라의 복합 매장을 운영하는 등 채널 다각화 전략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롭스와 달리, 편의점은 매장 면적이 좁아 숍인숍 등 별도의 영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H&B 시장은 올리브영이 패권을 장악한 데다 온라인 뷰티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웬만해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라며 "GS리테일은 랄라블라를 철수하고 퀵커머스(즉시 배송)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라고 했다.
반면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H&B 스토어를 출범한 올리브영은 지난해 1265개 매장에서 매출액 2조1191억원, 영업이익 1378억원 거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823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