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시장 점유율 4·5위를 차지하는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명품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추세에 맞춰 상대적으로 해외 명품 판매에 강점이 있는 갤러리아가 점유율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5사가 운영하는 70개 점포의 총매출(지난해 거래액 기준)은 33조8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이 11조7740억원으로 1위를, 이어 신세계백화점(9조6360억원)과 현대백화점(8조4800억원)이 2·3위를 차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조8540억원으로 4위, AK플라자는 1조1480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빅3′가 시장 점유율 88%를 차지한 가운데, 갤러리아와 AK플라자는 각각 8%대, 3%대 점유율로 격차가 벌어졌다. 앞서 이들 백화점은 4%대 점유율로 순위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에 강점이 많은 갤러리아가 4강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각사의 점포당 평균 매출을 살펴보면, 5개 점포를 가진 갤러리아의 점당 평균 매출은 5707억원으로 신세계(7412억원, 점포 수 13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점포 16곳을 가진 현대백화점의 점당 평균 매출은 5300억원, 32개 점포를 가진 롯데백화점의 점당 평균 매출은 3679억원이었다. 점포 4곳을 운영하는 AK플라자의 점당 평균 매출은 2870억원에 불과했다.
갤러리아의 경우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으로 대표되는 고급화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다. 갤러리아의 5개 점포는 지난해 매출이 27% 증가했다.
본점인 압구정점은 전년 대비 매출이 31% 증가하며 개점 31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3월 개점한 광교점과 대전 타임월드점도 매출이 각각 61%, 15% 증가했다. 명품 등 고급 브랜드 매장을 키워 프리미엄 쇼핑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AK플라자 4개 점포의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AK플라자는 2014년 갤러리아백화점을 제치고 점유율 4위에 오를 만큼 존재감이 있었으나, 이후 구로 본점을 폐점하고 명품 브랜드를 대거 철수하면서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점포 인근에 들어선 초대형 백화점에 대항해 명품 매장을 줄이고 식음료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강화해 '근린형 백화점'으로 체질을 바꿨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품 수요가 급증하자 역효과를 본 것이다.
이에 따라 AK플라자 운영사인 에이케이에스앤디의 자본잠식률은 2019년 54%에서 작년 80%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순손실 114억원을 기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백화점의 VIP 매출액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고급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백화점의 부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은 지난해 58억 달러(약 7조5110억원)로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2024년에는 70억 달러(약 9조65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명품 제품의 주요 구매처인 백화점의 성장도 명품 중심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명품 중심의 백화점 운영 전략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백화점 대표는 "명품에 의해 백화점의 실적이 좌우된다는 말은 곧 백화점의 시장 조정 기능이 없다는 뜻"이라며 "현재의 갑(명품)·을(백화점) 관계를 타파하고 생태계 구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