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문화·예술·도서·강의 등 콘텐츠를 앞세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백화점 앱은 할인 쿠폰을 주고 사은행사를 하는 용도로 쓰였지만, 최근엔 콘텐츠를 강화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매달 앱에서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좌(세바시)’를 하고 있다. 5월엔 가정의 달을 맞아 배우 신애라 등이 자녀를 위한 훈육을 강의했고, 이달엔 여행을 주제로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가 삶에 활력을 주는 휴식 방법을 소개했다.
이외에 지니뮤직과 무료 음악 감상을 제공하고 비대면 콘서트를 진행하고, 에세이·교양·인문학 등 전자책을 2주간 무료 대여하는 ‘신백서재’도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모바일 앱 이용객은 13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늘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이용자가 많아 이들을 오프라인 점포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패션쇼를 모바일 앱으로 생중계하는 등 정보기술(IT) 콘텐츠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라고 했다.
롯데백화점도 무료 전자책 서비스 ‘샬롯책방’을 앱에서 운영한다. 교보문고와 연계해 전자책 1800권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을 주제로 오만과 편견, 오이디푸스 등 고전 6권을 추천하면 여기서 1권을 2주 동안 대여하는 방식이다. 우수 고객은 1권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올해 초 프랑스 파리를 랜선(인터넷)으로 여행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인 센강, 베르사유 궁전 등을 프랑스 관광청·대사관과 촬영한 영상을 선보이고 ‘어린 왕자’ 등 프랑스 문학을 샬롯책방에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프로모션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일주일에 20만 회 넘게 조회됐다”고 했다.
예술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롯데갤러리도 앱에서 운영한다. 앙드레 브리에의 작품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 뒤 ‘1936년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난 작가가 프랑스의 자연을 아름다운 빛으로 표현했다. 고요하고 편한 기분을 선사하며 차분한 점묘가 눈의 피로를 줄인다’고 설명을 더 하는 식이다.
예술 작품을 집이나 사무실에 걸었을 때 어떨지 미리 보기도 가능하다. 작품을 설치할 공간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비추면 가상으로 작품을 배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통합 멤버십 앱 H포인트에서 ‘소리여행·사운드핏’ 등 음성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소리여행의 경우 ‘프랑스 노천카페에서 미녀와 야수 감상하기’를 클릭하면 프랑스 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나오고 문학 작품이 화면에 뜬다.
사운드핏은 ‘하체 운동의 정석 스쿼트’를 선택하면 실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처럼 스쿼트 영상이 재생되고 “발 모양을 V자로 하나, 둘, 셋”이라는 설명이 들린다. H포인트 앱은 모바일에서 100만 회 넘게 다운됐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점포 자체가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액)만 바라보던 모습에서 벗어나 실내 조경이나 휴식 공간을 늘리는 추세”라며 “앱도 이에 맞춰 고객이 소셜미디어(SNS)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