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코리아가 전 제품 5% 상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했던 우수고객 제도(MVP 제도)를 폐지한다. 고객 구매 데이터 기반 제품 개발과 마케팅 고도화를 위해 나이키 본사(Nike, Inc)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 세계 멤버십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나이키코리아 회원들의 글로벌 멤버십 통합을 위해선 국내 고객들의 개인정보 국외 이전이 동의가 필수인데, 나이키코리아가 ‘미동의시 계정 삭제’를 내세워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 국외 이전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는 오는 9월 15일을 끝으로 공식 온라인몰인 나이키닷컴 내 MVP 제도 운영을 종료하기로 정했다. 오는 9월 MVP로 승급되는 고객 일부에 한해서만 내년 9월까지 MVP 회원 등급을 유지하고 이후 완전히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나이키 MVP 제도는 나이키코리아가 온라인몰로의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2018년 꺼냈던 일종의 VIP 제도다. 온라인몰 나이키닷컴에서의 연간 제품 구매 금액 100만원을 넘어설 경우 해당 시점 다음 달부터 MVP로 승급, 1년간 상시 5% 할인을 적용했다.
해당 제도는 최근 확산한 스니커즈(운동화) 리셀(되팔기) 열풍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 제품 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데 더해 나이키코리아가 MVP 멤버만 구매 가능한 제품, 가장 먼저 구매 가능한 신제품 등을 MVP 등급 회원에게 먼저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내 한 리셀전문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을 먼저 구매할 수 있는 혜택만 해도 큰 데 20만원대 에어조던1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MVP라는 것만으로 1만원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서 “리셀을 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MVP 회원으로 올라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 미국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회원 통합이 나이키코리아의 MVP 제도 운영 종료로 이어졌다. 나이키 본사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전환을 목표로 현재 전 세계 나이키 멤버십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D2C는 별도의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픈마켓 등 외부 채널을 통한 제품 판매 시 얻을 수 없었던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이키는 2019년 D2C 전환을 목표로 아마존으로의 제품 공급도 중단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나이키는 직접 제품을 팔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신발 잡화점에서 나이키 신발이 줄어든 것도 D2C 전략의 일환으로 나이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60%를 D2C로 채운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이키 본사가 추진하는 고객 데이터 통합을 위해선 고객들의 개인정보 해외 이전 동의가 필수라는 점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국내 고객 개인정보를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선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1500만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업계에선 나이키가 MVP 제도를 내세워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동의를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나이키코리아는 오는 8월 31일까지 개인정보 국외 이전 및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MVP 혜택 기간이 남아도 혜택 제공을 중단하기로 정했다.
특히 나이키코리아는 개인정보 국외 이전 미동의 시 혜택 기간이 남은 MVP 회원 계정이라 해도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개인 정보는 성명과 전화번호, 이메일, 성별, 생년월일은 물론 주문 기록, 평점, 리뷰 등 나이키닷컴에 등록된 모든 정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5월 초부터 가입 고객 전원에 대한 개인정보 국외 이전 동의 요청을 진행했지만, 개인정보 국외 유출 우려로 인해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그나마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개인정보 이전에 동의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MVP 5% 할인 혜택은 나이키닷컴 개인정보 국외 이전에 동의할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국외 이전 동의 시에는 나이키 런 클럽(NRC)과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 통합 이용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