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LF(093050)가 조경(造景) 회사를 70억원에 인수했다. 골프장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LF는 패션·식품·부동산·골프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매출 2조원을 목표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F는 올해 1분기 전남 고흥군에 있는 팔영조경 지분 100%를 70억원에 인수했다. 팔영조경은 자연 휴양림을 조성하고 조경을 관리하는 회사다.

LF는 전남 광양에서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골프장 조경을 위한 인수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LF 관계자는 “의식주(衣食住)를 종합하는 생활 문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이라고 했다.

LF는 광양시 구봉산 일대에 골프장과 호텔을 190만㎡(57만4750평)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골프장은 정규 27홀, 호텔은 100실이다.

LF는 LF네트웍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2014년 광양시와 구봉산 관광 단지 투자 협약을 맺었고 2020년 사업이 확정됐다. LF는 토지를 매입한 상태로 2024년 말 준공을 시작해 2025년 초 골프장을 열 계획이다.

LF는 현재 헤지스 골프(골프복) 등을 갖고 있다. 코로나로 골프 인구가 늘자 LF가 골프복을 넘어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국 골프장 505곳의 방문객은 5056만명으로 사상 처음 5000만명을 넘었다.

LF의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은 패션(71.8%), 부동산 등 금융업(14.5%), 식품(12,8%) 순이다. 패션은 경기 불황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지만 여러 사업으로 매출을 다각화하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931억원, 영업이익은 1589억원이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4059억원, 479억원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LF 본사. /LF

LF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건물 5개(동관·신관·별관·서관·상영빌딩)를 갖고 있다. LG상사 시절인 1995년 동관 매입을 시작으로 2017년 상영빌딩을 500억원에 사들였다. LF는 시세 차익을 밝히지 않았지만, 부동산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 부동산 공실률이 0% 수렴하고 있다”며 “코로나발(發) 유동성 잔치로 부동산 관련 수익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F는 지난 2019년 부동산 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을 1898억원에 인수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176억원, 75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77%, 86% 늘어난 수준으로 업계 상위권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부동산 간접 투자), 부동산 펀드, 부동산 신탁 사업을 하고 있다. LF가 작년 기준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66.99%를 갖고 있으며 코람코자산신탁이 코람코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서울 금천구 가산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FV를 세웠고 2024년 하반기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회선을 관리하는 곳으로 IT(정보기술) 기업 사이에서 ‘서버 호텔’로 불린다. LF는 작년 6월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FV에 370억원을 출자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공사비 등에 투자하고 완공 후 수익이 발생하면 LF가 (수익) 일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LF는 2020년 경기도 안양에서 상온·저온 물류센터를 짓는 코크렙안양을 설립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배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신선식품 등을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기존 패션·식품 사업도 유지하고 있다. LF(닥스·헤지스·질스튜어트)와 막스코·씨티닷츠(수입·스트리트), 트라이씨클(온라인 쇼핑몰) 등 패션 계열사를 갖고 있다.

LF는 지난 2016년 스파클링 와인과 수제맥주를 유통하는 인덜지를, 이듬해 유럽 식자재 기업 구르메F&B코리아를 인수했다. 현재 계열사 LF푸드를 통해 퍼블리크(베이커리 카페), 크라제(서양 간편식), 하코야(일본 라면)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구본걸 LF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2007년 LG상사 패션사업부에서 계열 분리해 LG패션을 세웠고 2014년 사명을 LF(Life in Future)로 바꿨다. 구 회장은 작년 3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사내이사 의장직을 맡고 있다.

LF는 구 회장이 19.11%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순 전 LG상사 패션사업부 상무(8.55%), 구본진 전 LF푸드 대표(5.84%)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의 자녀인 구성모(1.18%)·구민정(1.10%)·구수연(0.52%)·구경모(0.13%)씨 등도 주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