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매입부터 배송까지 전담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및 폐기물을 혁신적으로 줄인 게 대표적이다.
사회적 책임 분담 차원에서 플랫폼 판매자의 80% 이상을 소상공인으로 채워 지역경제 발전도 고려했다. 최근에는 ESG 혁신기술을 도입해 시장은 물론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도한 포장 없애고 친환경 보냉백 재사용
통상 전자상거래는 상품이 고객에 도착하기까지 중간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차량 이동 시 탄소와 포장재 폐기물이 다량 발생한다. 이른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쿠팡은 직매입한 제품을 직접 포장하고, 직고용 배송직원이 배송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우선 직배송 시스템으로 과도한 포장을 없앴다. 대부분 제품은 상자나 완충재 없이 얇은 비닐로만 포장하며, 휴지나 생수, 기저귀 등 일부 제품은 포장 없이 제품에 송장만 붙여 배송된다. 쿠팡 배송 제품의 80% 이상은 박스 포장이 아닌 형태이며, 입고된 상태 그대로 추가 포장 없이 배송되는 상품도 20% 이상이다.
로켓프레시 상품의 70%는 프레시백(친환경 보냉백)으로 배송되고, 수거 후 재사용한다. 대부분 유통업체는 친환경 보냉백의 수거 및 세척 과정이 번거로워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쿠팡은 직고용한 직원에 제품 배송 및 수거를 맡겨 이러한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약 1억 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쿠팡은 밝혔다.
배송 동선을 최소화해 차량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줄였다.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운영, 대한민국 인구의 70%가 쿠팡 배송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거주할 정도로 ‘가까운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해산물 등 신선 식재료를 현지직송으로 배송하는 미니물류센터를 열고, 현지에서 검수 및 검품을 진행하고 있다.
◇AI 등 혁신 기술로 업무 효율성 높이고 탄소는 절감
쿠팡은 배송 동선 최적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I 배송 시스템이 매일 배송캠프로 들어오는 물량과 출근인원 등을 고려해 직원별 적합한 물량을 배정해준다. 또 직원별 실시간으로 최적의 동선을 제안해 차량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직원의 업무 효율성도 높였다. 쿠팡은 2020년에만 5000억 원 이상을 R&D(연구개발)와 자동화 설비에 투자했다. 자동포장시스템과 자동분류기 등으로 업무 동선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직원의 업무 강도는 낮추고 작업 환경도 개선하는 효과를 노렸다.
쿠팡의 사업 구조가 ESG 경영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논문도 등장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산업 분야 국내 학술지인 ‘상품학연구’ 최근호에 ‘쿠팡의 ESG 경영: 로켓배송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쿠팡의 로켓배송이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를 동시에 높인다고 분석했다.
◇판매자의 80%가 소상공인...코로나 속에도 매출 성장
이 회사는 ‘쿠팡의 성장이 곧 중소상공인의 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상생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소재 중소 식품기업 스윗밸런스는 2020년 쿠팡과 공동으로 선보인 ‘곰곰샐러드’ 성공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직원 수는 5배 가량 늘었다.
현재 쿠팡 전체 판매자 중 80%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이다. 쿠팡은 지난해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벌이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행사도 진행했다. 각 지역의 중소상공인과 농수축산인의 판로 확대를 돕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1.7% 감소했다. 반면 쿠팡의 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 업체들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평균 69%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쿠팡이츠를 통해 전통시장 매출도 끌어올렸다. 쿠팡이츠가 2020년 8월 시작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국 52개 시장 300여개 가맹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매출이 연초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출 1억 원을 넘긴 전통시장 가맹점도 총 40곳이었다. 당시 쿠팡이츠 직원들은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상인들에게 온라인 판매 절차 등을 알려주고 고객용 쿠폰을 지원했다.
◇'포용경영팀’ 운영해 장애인 직원 등 취약계층 지원
쿠팡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은 상품배송은 물론 디자인, 번역, 교육행정, 스포츠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포용경영팀’을 운영해 장애인 직원의 회사 적응과 직업적 성장을 돕고, 취약계층 채용부터 퇴직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현장직 여성 직원을 위한 ‘쿠프렌드 커뮤니케이션팀’도 2020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팀은 지게차 및 대형트럭 운전사부터 사내 변호사, 세일즈 전문가 등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쿠팡 여성 직원의 업무 적응과 다양한 이슈 해결을 돕는 전담 조직이다.
한편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21.6% 증가한 51억1668만달러(6조1653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23% 줄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ESG경영에 대해 “쿠팡은 6만여 명의 직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십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면에서, 쿠팡에게 ESG는 단순히 화려한 구호 그 이상의 의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