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롯데월드 부산 어드벤처에서 이용객들이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23일 오후 2시,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중앙 광장에 모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테마파크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서다.

7대의 퍼레이드 차량과 캐릭터, 댄서들이 화려한 의상과 군무로 500m가 넘는 거리를 30여분간 행진했다. 아빠 어깨 위에 목마를 탄 한 꼬마는 연신 손을 흔들며 댄서들을 반겼다.

롯데월드 부산 관계자는 “오후 2시와 저녁 8시에, 테마파크 내 6개 마을 캐릭터들이 퍼레이드와 공연을 펼치는데 이용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롯데월드가 지난 3월 31일 서울 잠실에 이어 30여 년 만에 부산에 연 테마파크다. 오시리아 관광단지 테마파크 존 내에 총 15만8000㎡(약 4만8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롯데월드의 공주 캐릭터인 로리 여왕이 다스리는 동화 속 왕국을 콘셉트로 6개의 마을에 17개의 놀이기구(어트랙션)가 설치됐다. 모두 롯데월드가 자체 기획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담았다.

땡볕이 내리쬐는 월요일 오후였지만, 대부분의 놀이기구와 식당가엔 가족 단위 이용객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5월 5~6일에는 하루 최대 입장객(1만2000명)을 초과해 입장을 제한했다고 한다.

롯데월드 부산 관계자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걱정이 많았는데, 목표한 이상으로 손님이 오고 있다”라며 “2013년 광안리 미월드 폐점 후 놀이공원이 전무했던 터라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작은 어촌 마을, 연 700만 찾는 관광명소로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도시공사가 부산 기장군 기장읍 일대 366㎡(약 110만 평) 부지에 총 6조원을 투자해 조성한 관광단지다.

10년 전만 해도 해운대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기장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 지역 특산물인 미역이었다.

그러나 2014년 말 롯데몰 동부산점을 시작으로 국립부산과학관, 해운대비치골프장, 이케아, 롯데월드 어드벤처, 아난티 힐튼호텔, 스카이라인 루지 등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2024년까지 아쿠아월드(수중호텔과 생태공원)와 시니어 복합단지 메디시티, 반얀트리 부산도 개장할 예정이다.

23일 롯데몰 동부산점 전망대에서 바라본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전경/김은영 기자

처음부터 개발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 유명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쪽 지역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그러나 롯데가 13만2231㎡(약 4만 평) 규모의 부지에 아웃렛, 마트, 영화관 등을 합친 롯데몰을 조성하면서 투자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부산도시관광공사 관계자는 “처음엔 민속촌을 구상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계속 수정한 끝에 지금의 관광단지 모습을 갖추게 됐다”라며 “롯데, 아난티, 이케아 등이 들어오면서 분양에 속도가 났다. 현재 34곳 중 32곳이 분양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모든 시설이 완공되는 2026년쯤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몰 동부산점은 롯데쇼핑(023530)의 교외형 아웃렛 6개 점포 중 매출 1위, 전국 아웃렛 점포(33개) 중에선 매출 2위를 자랑하는 점포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약 11km,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과는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다. 개점 초기엔 매주 10만 명 이상의 이용객이 찾았고, 코로나 여파로 외국인 방문객이 줄었던 작년에도 연 7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 신장했다.

이창원 롯데몰 부점장은 “다른 교외형 아웃렛은 무더운 여름철엔 장사가 안 되는데, 이 점포는 관광지가 인접해 있어 한여름에도 매출이 꾸준하다”고 했다.

전체 고객 중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70%, 기타 지역에서 30%, 수도권에서도 20%가량 방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3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전경. /김은영 기자

◇ 국제 상권 되려면 교통난·숙박시설 확충 해결해야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인기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 더 실감이 난다. 단지가 조성되기 전인 2010년대 초만 해도 토지 가격이 평(3.3㎡)당 4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일대 아파트 분양가격이 평당 2000만원을 넘는다.

2024년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시니어 주거단지에 조성되는 레지던스 브이엘(VL) 오시리아의 경우 사전청약 경쟁률이 25대 1에 달했다. 브이엘은 호텔롯데가 위탁 운영을 맡은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다.

부산시는 롯데월드 부산 개장으로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점포 간 시너지는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일대의 교통난 때문이다.

특히 롯데월드 부산이 생긴 후로는 주말 교통량이 부쩍 늘었다. 아웃렛의 경우 아예 주말을 피해 평일에 쇼핑을 오는 고객이 늘었을 정도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주말엔 200m를 가는데 15분 이상 걸린다”라며 “말 그대로 도로가 미어터지는 수준이다. 교통이 편해야 여기저기 다니는데 지금은 한 군데 이상 다니기 어렵다”라고 했다.

롯데몰 동부산점과 마주하고 있는 이케아 동부산점. /김은영 기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 지자체 후보들은 부산 지하철 2호선 조기 구축 등 일대 교통 인프라 구축을 내세웠다.

동해선 광역전철인 오시리아역에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을 배치해 방문객들이 단지 내 점포를 이용하게 하는 모빌리티 사업도 6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쇼핑단지를 육성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이용객들이 콘텐츠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기존 관광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원정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숙박시설과 오락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월드 부산의 경우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규모 면에선 비슷하지만, 놀이기구는 3분의 1수준인 17개에 불과하다. 대기 줄이 짧은 주중의 경우 반나절이면 관람이 가능해 보였다.

이에 롯데월드 측은 “롯데월드 부산은 애초에 테마를 가진 공원으로 구상됐다”라며 “향후 볼거리와 놀이기구를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스마트경영과 교수는 “현재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주말에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외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유치하냐가 관건”이라며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시설과 면세점 등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