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티몬 대표가 ‘티몬 커머스센터 오렌지스튜디오 포항’ 개관식 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굳이 경쟁사를 뽑아야 한다면 인스타그램이다.”

장윤석 티몬 대표는 25일 ‘커머스센터 오렌지스튜디오 포항’ 개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티몬이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어주는 ‘브랜드 풀필먼트 서비스’를 표방하는 만큼,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들이 충성도 높은 팔로워를 통해 브랜드들의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창구인 인스타그램이 경쟁 상대라는 것이다.

티몬은 올해 목표로 했던 기업공개(IPO)를 잠시 미뤄두고 새 경영 전략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IPO는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렇기에 저희만의 차별성을 만들고 매력적으로 보이려 용을 쓰는 것이고, 실적까지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IPO나 인수합병(M&A)을 서두르기 보다 실적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제 비전을 실현하는 데에도 자금력 확보가 이뤄져야 수월하기에 빠른 시일 내에 (IPO를) 해야 한다”면서 “상장뿐 아니라 다른 방향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 브랜드 풀필먼트 서비스 거점 ‘커머스센터’ 개관

티몬은 지난해 6월 장 대표 선임 이후 ‘이커머스 3.0′을 표방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 전략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커머스 3.0은 아마존, 쿠팡으로 대표되는 싸고 빠른 배송의 이커머스 시장이 아닌 브랜드와 콘텐츠가 좌우하는 시장이다.

티몬이 이날 경북 포항에 커머스센터를 연 것도 이런 전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티몬은 커머스센터를 소상공인들의 제품 판로 확대를 넘어 브랜드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윤석 티몬 대표 외 지역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티몬 커머스센터 오렌지스튜디오 포항’ 개관을 맞아 리본 커팅식을 25일 진행했다. /양범수 기자

라이브 방송, 콘텐츠 제작은 물론 상품기획 및 온라인 판로지원 등을 제공해 지역과 농가의 스토리가 녹아있는 특산품에 대한 콘텐츠화·브랜드화를 도운다는 방침이다.

티몬은 지난해 말에도 전라남도와 지역 농수축산물 온라인 판로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고 ‘티몬 마을’ 지정·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티몬 마을은 커머스센터처럼 판로 확대와 상품 구성·포장·디자인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아프리카TV·프리콩과 업무 협약을 맺고 ‘콘텐츠 커머스’ 모델을 적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광고천재 씬드롬’ 등을 통해 회당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초엔 인천 월미상상플랫폼과도 업무 협약을 맺고 인천 ‘타이드(TYDE)’라는 복합문화시설에서의 온·오프라인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티몬페이·캐쉬 등과 연계한 결제 시스템, 스마트오더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 브랜드 풀필먼트, 수익 발생할 것… 8월 4개 브랜드 출시

티몬이 IPO를 미뤄두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수익구조(BM) 다각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는 1조7000억~2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원하고 있지만, 현 상태로는 그 수준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저조한 영업 실적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벤처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도 티몬의 전략 변경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성장 가능성보다 실적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5일 티몬의 커머스센터 스튜디오오렌지 2층에서 지역 특산품에 대한 라이브 커머스가 진행되는 모습. /양범수 기자

직방·쏘카 등 다른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들도 시장 기대치보다 몸값을 낮추고, 사업 목표를 수익성 강화로 전환했다. 티몬은 창립 후 두 해(2015, 2016년)를 제외하고는 줄곧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60억원, 당기순손실 793억원을 기록했다.

장 대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브랜드 풀필먼트 서비스를 내세웠다. 오는 8월 중 브랜드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4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케팅 영역이 좀 더 중요시되는 뷰티 상품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방식의) 실적은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브랜드 풀필먼트를 통한 투자로 (만들어지는) 브랜드들의 지분을 소유하면 다양한 수익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흑자 전환을 위해 “투자가 한 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적으로 한 번 안정화를 이룬 뒤 전략적인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IR(기업설명회)도 진행 중이고 기존 주주를 포함해 관심을 갖고 있는 기관들이 있다”고 했다.

이날 개관한 포항의 커머스센터는 포항 북구 상원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연면적 787.03㎡ 건물 5개 층에 들어섰다. 1층에는 지역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2층에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이날 2층 스튜디오에서는 지역 상품인 ‘고구마·감자빵’ 판매를 위한 라이브 커머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티몬은 포항을 시작으로 창원, 전라남도, 부산, 울릉, 인천에도 커머스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