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디지털사업 전문 계열사 섹타나인이 그룹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발굴을 본격화한다.
직접 펀드 자금을 모집해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고, 육성 등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청사진의 중심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오너 3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섹타나인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정관 내 사업목적에 '창업자,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해외기업의 주식 또는 지분 인수 등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정하는 방법에 따른 해외투자'를 각각 새로 올렸다.
여기에 '벤처투자조합, 창업투자조합의 결성 및 업무의 집행', '국내외 조합 및 펀드의 결성 운영 및 관리'도 더했다. 지난해 1월 그룹의 디지털 전환 기지로 출범하면서 '생활 물류 서비스 사업 및 배달대행업'을 사업 목적에 새로 추가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지난해 11월 섹타나인으로 허 부사장이 합류한 데 따른 대대적인 사업목적 추가라는 분석이다. 허 부사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책임임원으로 복귀했다. 그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스타트업을 직접 찾는다는 계획이다.
허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지낸 그룹 내 신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유명 햄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의 국내 사업권도 허 부사장의 성과다. 그러나 2018년 불미스러운 일로 경영에서 배제된 바 있다.
그는 현재 유망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섹타나인 내 인수합병(M&A) 전담 부서(가칭 M&A팀)를 이끌고 있다. M&A팀에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게임빌의 공동 창업자이자 블록체인 기반 게임회사 위니플의 대표를 지낸 현능호 상무 등이 포진해 있다.
섹타나인은 당장 M&A팀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기능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CVC는 벤처 투자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대신 기업이 외부 자금을 끌어와 투자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간접 투자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를 위해 섹타나인은 벤처투자조합, 창업투자조합의 결성 사업목적에 더해 신기술사업금융업도 추가했다. CVC를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스타트업을 추가하고, 향후 M&A까지 추진하겠다는 허 부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섹타나인은 '창업보육센터 설립 및 운영'을 사업 목적에 추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 역할도 한다는 계획이다. 섹타나인은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외부 AC와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해 왔다.
SPC그룹 관계자는 "섹타나인은 M&A 전담 부서를 축으로 협업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실제 사업에 반영하는 형식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허희수 부사장이 성과내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룹 IT 계열사인 SPC네트웍스와 해피포인트를 운영하던 SPC클라우드 간 합병으로 지난해 1월 출범한 섹타나인이 파리바게뜨, 던킨 등 주요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을 대행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SPC그룹의 퀵커머스(즉시 배송), 메타버스 등 주요 신규 사업을 모두 섹타나인에서 수행하고 있다"면서 "좋은 상황이 주어졌지만, 한때 경영 배제까지 겪고 복귀한 만큼 허 부사장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섹타나인은 지난해 17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984억원) 대비 81%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21억원) 대비 14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