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가 뉴욕에 간다. 장 전무는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 전무는 지난달 25일 미국 롯데 뉴욕팰리스 전무로 인사(人事) 발령났다. 장 전무는 아직 한국에 머무르고 있으며 비자와 개인 일정 등을 조율한 뒤 조만간 출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본인 의지도 있고 (회사 차원에서) 롯데 뉴욕팰리스에 힘을 실으려고 자리를 옮기게 됐다”며 “호텔 글로벌화를 위해 운영 전반을 맡고 자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1971년생인 장 전무는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했다. 롯데쇼핑 해외 상품팀 바이어(구매 담당자), 롯데쇼핑 명품 팀장 등을 거친 뒤 2003년 롯데호텔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롯데쇼핑 해외 명품 팀장 당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설립에 기여했고 루이비통 등 브랜드 100여 개를 들여오며 신 명예회장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2006년 롯데쇼핑(023530) 해외 명품팀 이사로 승진했다.
장 전무는 2011년 식품 기업 블리스를 설립해 프랑스 고급 빵집 ‘포숑’을 들여왔으나 재벌 빵집 논란으로 1년여 만에 사업을 접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2015년 롯데호텔 해외 사업 개발 담당 상무로 복귀했고 서울 명동에 L7을 열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롯데호텔 전무로 승진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5년 8700억원을 들여 1882년 설립된 뉴욕팰리스를 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인수했다. 뉴욕팰리스는 유엔 총회장, 세인트패트릭 대성당, 센트럴파크, 카네기홀 등과 가까워 각국 정상이 자주 찾는 곳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신동빈 회장과 면담하며 “(뉴욕팰리스 인수는) 좋은 투자였다”며 “전통이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달라”고 했다.
하버드 출신의 장 전무가 뉴욕팰리스를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호텔은 올해 1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킴튼호텔 모나코를 인수했으며 내년 하반기 L7으로 바꿔서 문을 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장 전무가 자녀 교육을 위해 뉴욕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 전무는 슬하에 여러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전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 원칙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면 (직원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공정과 정의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관계자는 “자녀 교육 때문에 뉴욕에 간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