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시작된 시기에 둘째가 태어나서 문화센터를 아예 못 갔어요. 이번 주에 수강신청이라 오랜만에 문센 동기들(문화센터에서 만난 또래 부모들)이랑 뭉치기로 했는데 너무 기대됩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5세, 27개월 아이를 키우는 박은비(34)씨는 2년 만에 '문센 동기'와 약속을 잡았다며 들뜬 얼굴로 말했다.

그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코로나 때는 외출도 못 하고 집에 거의 갇혀 지냈다"며 "이제 거리두기도 풀리고 대면 강좌도 다 열려서 친한 문센 동기들과 같이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25일 네이버 맘카페 지역별 게시판에는 '00마트 문센 강좌 추천해주세요' '00백화점 00점 문센 어떤가요' '문화센터 처음인데 아기 몇 개월부터 가시나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부분의 게시물에는 "인기 강좌는 선착순이라 금방 마감되니 첫날 바로 접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답글이 달렸다. 또 "그동안 아이와 집안에서만 씨름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문화센터가 열려서 천만다행"이라는 게시물도 다수 눈에 띄었다.

오는 28일 수강생 접수를 시작하는 롯데마트 양덕점 문화센터. /롯데마트 제공

정부가 2년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유통 업계의 체험형 대면 강좌도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이달 말부터 여름학기 문화센터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각각 27일과 28일, 홈플러스는 신구 회원 여부에 따라 28일과 29일, 현대백화점은 지점별로 27일과 28일부터 회원을 받는다. 신세계백화점도 신구 회원별 26일과 27일, 이마트는 28일부터다.

일단 대형마트들은 '어린자녀를 둔 엄마'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 다니지 않는 자녀를 양육하는 홑벌이 부모가 평일 낮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을 편성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어린이 공연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며 차별화를 뒀다. 인형극과 동화 극장, 버블쇼, 매직쇼 등 지난 여름에는 개강이 불가했던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 '가족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수강할 수 있는 발레 강좌, 체험형 독서 교실도 연다. 자녀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독서교육 전문가, 북큐레이터 등을 초빙한 특강도 진행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점포별 평균 300개 강의를 신설해 전국적으로 총 2만여개 강좌를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아이와 함께하는 보드게임 체험, 홈플러스 시그니처 밀키트 만들기 등을 준비했다. 특히 여름철 엄마아빠의 다이어트를 주제로 '엄마 발레 피트니스' '필라발레'도 선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외부와 소통이 적었던 아이들을 타깃으로 스피치 전문가의 강좌를 비롯해 숲 체험 생태놀이, 음악 동화 놀이 등도 마련했다. 이마트 역시 코로나 기간 운영하지 못한 체육 활동을 재편성하고, 대폭 줄였던 수강 인원도 정상화했다.

롯데백화점이 MZ세대를 겨냥해 '클린 하이커' 김강은 아티스트와 함께 준비한 '클린 하이킹' 클래스.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들 "MZ 고객 잡아라" 이색 강좌 선보여

백화점 업계는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특색 있는 체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백화점은 '미닝 아웃(Meaning Out)' 트렌드에 맞춘 강좌를 선보인다. 미닝 아웃은 친(親)환경, 기부 등 가치와 연계해 소비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티스트 김강은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직접 주운 쓰레기로 예술작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클린 하이킹' 클래스를 준비했다. 친환경 캠페인 '제로 웨이스트' 매장 운영자로부터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배우거나 친환경 농산물 플랫폼과 연계한 요리 강좌도 들을 수 있다.

유명 쉐프 조장현 아티장과 한강 요트 위에서 와인, 치즈를 배우는 강연도 준비했다. 한국과 수교 30주년을 맞이한 조지아 대사관과 공동으로 여는 와인 시음 교실, 삼성전자와 협업한 '스마트폰 사진작가 데뷔하기' 클래스도 있다.

특히 미술품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MZ세대를 겨냥해 국내 1호 전시해설가 김찬용 도슨트(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가 미술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MZ가 주목하는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도슨트가 들려주는 현대미술'을 비롯해 해외 여행 전 현지 분위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현지 랜선투어 시리즈 파리·바르셀로나' 등을 준비했다.

또 카페·다이닝·호텔 등 MZ세대의 주요 관심 사항인 공간과 여행 관련 강좌를 선보인다. '인증샷 바깥의 공간의 비밀', 유명 여행 유튜브 채널 '여락이들'의 여행기를 들려주는 강좌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문화센터 강좌를 연다. 젊은 세대에 익숙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문화·예술·진로개발·창작 분야의 다양한 수업을 가상 공간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대표 강좌는 '가상현실 갤러리 만들기', '메타버스 안에서 만나는 아트 컬러링' 등이다. 유명 포털사이트 트레이너 등 현직에 있는 전문가에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창작법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언택트 트렌드가 지속되고 메타버스에 대한 고객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며 "고객 접근성이 용이하고 최근 백화점의 주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플랫폼을 접목해 아카데미 강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