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밥상 물가'가 갈수록 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붕괴로 물가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세계의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특히 사료값 폭등으로 낙농가와 축산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결정은 원료 대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장 식용유 값은 물론, 치킨이나 돈까스 등 외식 시장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게 됐다. 식품 제조업체들도 폭등한 생산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시장에선 이러한 현상이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 대형 마트에서 한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4일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1㎏당 2만5040원으로 전년 동월(2만2338원) 대비 12.1% 뛰었다. 지난달(2만3143원)보다 8.2% 오른 가격이다. 수입 냉동 삼겹살 가격도 지난해 1만2580원에서 1만3940원으로 10.8% 가량 비싸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유가 급등과 운임비 상승이 고기 값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5000원대로 내려갔던 달걀 한 판(30알) 가격은 7000원대로 뛰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날 특란 30알의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이 7010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7038원) 이후 약 8개월만의 급등이다.

옥수수 가격은 9년만에 최고치로 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옥수수 선물의 가격은 톤당 320.16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301.37달러)보다 6.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일인 2월 24일(269.08달러)보다 19.0%가량 상승한 수치다. 국내에 수입되는 옥수수의 67.8%가 사료용인 만큼 낙농가와 축산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곡물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옥수수와 밀 농사가 차질을 빚으며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닭 사료값이 덩달아 오른 결과다. 육계 가격은 지난해보다 14.3% 올라 6255원이 됐다. 지난달(5820원) 대비 7.5% 오른 수치다. 업계에선 당분간 인상폭을 유지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이달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 수출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팜유 국제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자국 내 식용유 파동 및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다. 외식업계는 다음 주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최대 5000원 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면 등 가공식품과 외식비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생필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통가는 최근 즉석밥을 비롯해 라면, 밀가루, 과자 등 식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제조 업체의 생산비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내달 1일부터 구운감자와 웨하스, 허니버터칩 등 8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올린다. 농심(004370)도 지난달 새우깡과 양파리 등 대표 스낵 2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6% 인상했고,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와 빈츠 가격 등을 인상했다. 앞서 농심과 오뚜기(007310), 삼양식품(003230) 등 주요 라면업체도 가격을 올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원자재 값 상승,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와 운송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밥상 물가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제조업체의 생산비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던 유통 기업들의 PB(자체 브랜드) 상품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