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재무 담당 이사를 지낸 ‘30년 경력 재무통’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올해 흑자 전환을 공언한 김범석 창업자(쿠팡INC 대표)의 숨겨왔던 패(覇)인 셈이다.
21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빅데이터·정보보안 플랫폼 기업 스플렁크(Splunk)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부사장인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를 쿠팡 이사회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김 창업자가 지난달 3일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지 40여일 만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쿠팡INC 신고서에 따르면, 차일드는 쿠팡으로부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클래스A 보통주 3195주(19일 종가 16.42달러 기준 약 65억 원어치)를 부여받았다. 차일드의 합류로 쿠팡 이사회 멤버는 총 7명으로 늘어났다.
제이슨 차일드는 “쿠팡은 끊임없이 고객에게 집중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충성도 높은 혁신적 비즈니스를 구축했다”며 “이는 쿠팡의 놀라운 성장 행보를 이끌어낸 동력이자 미래를 선점할 기회를 제공하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또 “쿠팡의 역동적인 리더십 팀에 합류해 고객과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주목한 건 차일드의 ‘글로벌 재무통’ 경력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하며 각 기업의 급속 성장을 이끌어 낸 차일드의 노하우를 쿠팡이 얻게 된 것이다.
김 창업자는 “제이슨은 수십 년 간 재무 및 기업 리더십 경험을 쌓은 비즈니스 리더”라며 “쿠팡 이사회의 중요한 조언자로서 고객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차일드는 2019년 5월 스플렁크 CFO를 맡기 전 부동산 온라인거래 업체 오픈도어(Opendoor),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를 제조하는 조본(Jawbone)에서도 CFO로 일했다.
특히 1999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아마존의 재무 이사를 지냈다. 이후에는 미국 소셜커머스기업 그루폰(Groupon)에서 4년 이상 CFO로 일하며 기업공개(IPO) 추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비즈니스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재무 및 전략, 회계, 자본 시장, 투자자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30년 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을 확장하는 데 특화돼있다”고 했다.
또 “아마존 재무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1999년 초 9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0년 말 500억 달러를 넘겼다”며 “스플렁크가 격변하는 전환기에 CFO로서 매출 50억 달러를 달성했고 연간 3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했다”고 썼다.
◇도심 내 소규모 물류센터 거점 ‘쿠팡이츠마트’ 시범 운영
쿠팡은 유통부문 외 ‘쿠팡이츠마트’를 통한 퀵 커머스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물류센터 중심의 시스템과 별개로 도심에 위치한 소규모 물류센터(MFC·마이크로 풀필먼트)를 활용해 B2C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량으로 편하게 장보기를 선호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해 서비스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쿠팡이츠마트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내 일부 지역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지역에 무료배달 판촉행사를 제공하다 올 2월 종료했다.
쿠팡이츠마트는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어떤 상품을 주문해도 무료 배달이 가능하다. 특히 배달 소요 시간이 최장 15분으로 짧아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쿠팡이츠가 직고용한 직원이 배달을 전담한다.
지금까지 퀵커머스 선두 주자는 배달의민족 ‘B마트’였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쿠팡이츠 등 주요 사업의 수익성 실현을 위해 모델을 전환하는 등 적자 개선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앞서 배달비 무료 행사를 진행했던 것도 B마트를 따라잡기 위한 조치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퀵커머스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적자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2010년 창업 이후 12년 만에 창업자가 흑자 전환을 공개적으로 단언한 건 그 자체로 의미를 둘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