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에 대한 '매출연동형 임대료 징수 계약' 종료를 앞두고 면세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세점의 경영난을 고려한 임대료 인하 기한이 2달 뒤 마감되는데, 대유행 이전에 비해 매출 성장은 사실상 전무해서다.

다만 관계 부처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를 중심으로 업계 상황에 따라 연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면세=사치재'라는 과거 인식에 대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당시 2조 248억원이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한 달 만에 1조1026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2월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적 완화에 따라 1조4000억 원대를 회복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대유행 기간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면세점 매출 대비 수익성은 뚝 떨어졌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전인 지난해 3분기 호텔신라(008770) 면세점 부문 매출은 전기 대비 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00억 원으로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각각 253억원, 113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면세점 방문객이 급감하자 유일한 고객인 다이궁의 몸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들이 이들에게 지불한 송객 수수료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미 2조 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 만큼 대기업 면세점조차 인천공항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2020년 말 제1터미널 면세점의 6개 사업권 입찰이 세 차례 연속으로 유찰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면세 사업자에 대한 임대료 인하 정책이 처음 시행된 건 지난 2020년 3월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이 1조873억 원으로 곤두박질 친 시점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 한국공항공사는 항공 업계의 회복을 돕기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와 임대료를 2021년 10월까지 감면해주기로 했었다. 이후 오미크론 확산 등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이 기한을 2022년 6월로 한 차례 연장했다.

면세 업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을 근거로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텅 빈 매장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최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것 자체가 뉴스가 될 만큼 상황은 여전히 안 좋다"고 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그동안 다이궁 매출로 연명한 셈"이라며 보따리상 알선 수수료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은 내달 초 회의를 열고 인천공항 내 면세점에 대한 임대료 징수 체계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공사는 일단 올해 제1, 제2 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추진하되 매출 및 방문객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징수하는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면세 사업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식을 연장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공 수요가 여전히 회복 초기 단계인 만큼 한시적 연장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 부문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항공 업계와 면세점 경영 상황이 안 좋았고 향후 변수도 워낙 많다"며 "매출 추이나 수요 증가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 높이려면 면세한도 상향해야...면세 관련 인식도 변화"

업계는 이를 계기로 '면세한도 상향' 재논의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기재부는 내국인의 면세품 구매한도(5000달러)를 폐지했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1인당 600달러(약 73만 원)의 내국인 면세 한도는 유지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600달러 이내에서만 구매하려는 경우가 많아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일단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차적으로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고 했었고,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600달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연합(EU) 평균치보다 높다"며 "외국보다 면세한도가 낮다는 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다만 부처 내에서는 '면세=사치재'라는 기존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면세 업계에 우호적 법안을 발의했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상황 등도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임위나 당당 부처에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 지원처럼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얻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과거처럼 면세 쇼핑이 사치라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며 "이런 변화에 맞춰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