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코로나'를 선언한 중국의 상하이 '셧다운'(전면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유통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구 2500만 명이 넘는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를 중국 소비재 시장 공략의 중심에 두고 세를 불려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영업 자체를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초 세운 경영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상하이 서쪽 징안(靜安)구의 봉쇄 지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이 텅 빈 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인구 2500만명의 초거대 도시 상하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8일부터 19일째 봉쇄 중이다. /연합뉴스

1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미쏘' 등 230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는 이날 현재까지 21일째 개점휴업에 들었다. 지난달 28일 상하이시가 시작한 이동 제한 등 봉쇄 조치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시 당국은 당초 지난 4일까지만 봉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되레 늘어나면서 기약도 없이 연장됐다. 하루 2000명대였던 확진자는 2만명대로 뛰었다.

SPC그룹도 130개 파리바게뜨 매장 문을 닫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운영하는 50여개 매장도 휴업 중이다. 회원제 매장 '샘스클럽', 창고형 마트인 '허마셴셩' 등으로 두부 등을 공급했던 풀무원(017810)도 판매 채널을 잃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 등 공공 서비스, 택배, 식료품 공급 같은 필수 업종 종사자를 제외한 전 주민이 외출할 수 없고, 대중교통도 운행이 중지됐다"면서 "국가 차원의 봉쇄 결정인 데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상하이 현지 공장도 멈췄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장품 생산 공장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지난달 28일부터 돌리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제품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던 공장이다.

농심(004370)오리온(271560)도 상하이 공장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시 당국이 지난 12일 확진자가 14일간 발생하지 않은 장소 내에선 일부 이동을 허용하면서 지난 12일과 13일 가동에 나섰지만, 가동률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중국 가맹점 1호인 상하이 창더루(常德路)점 외관. /SPC그룹 제공

지난주까지 "재고가 충분해 아직은 괜찮다"던 기업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 13일 상하이 인근 도시인 쿤산에도 마지막 감염 등록 시기에 따라 폐쇄, 제한, 보호로 분류하는 봉쇄령을 내렸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물류 동향 자료에서 "상하이는 경제 중심지로 쑤저우·항저우·난징 등 이웃한 경제·공업 도시들과 교류가 잦은 곳"이라면서 "인근 도시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봉쇄령이 확대할 경우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상하이에 진출한 국내 유통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 하향 조정에 나섰다. 중국 현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봉쇄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매장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나 SPC그룹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올리는 연간 매출 1조2000원의 약 6%인 720억원가량을 상하이에서 번다. SPC그룹은 중국 전체 파리바게뜨 매장의 43%가 상하이에 몰려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 운영 중단은 단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손실로 이어진다"면서 "이대로라면 한 달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초 세운 경영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