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모회사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Kering) 그룹 회장이 최근 방한해 백화점 4사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케링 그룹은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 20여 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이어 글로벌 명품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피노 회장은 13일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 회장을 한 시간 정도 만나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해 손영식 신세계(004170) 대표를 만나고 매장을 둘러봤다.
이날 오후엔 잠실 롯데 애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롯데쇼핑(023530) 백화점사업부와 회동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대신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럭셔리 상품담당 임원들이 피노 회장과 한 시간 반가량 만남을 가졌다.
14일 오전에는 김은수 갤러리아백화점 대표를 만나 한 시간가량 면담했다. 사업 현안과 향후 파트너십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피노 회장은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방문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피노 회장은 더현대서울에서 "환상적(Fantastic)"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최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한국을 찾은 피노 회장은 유통업체 수장들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근 백화점의 명품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장들이 직접 나서 명품업계 거물인 피노 회장을 맞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명품업계는 희소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매장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데, 국내에선 명품이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다 보니 입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중요도가 높다 보니 수장들이 직접 회장에게 현안 등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복 소비 여파로 케링 그룹의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2333억원, 영업이익이 116억원으로 각각 48%씩 증가했다. 생로랑의 매출은 1890억원으로 29%, 발렌시아가의 매출은 1350억원으로 24% 늘었다.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의 매출은 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60% 신장했다.
유한책임회사인 구찌코리아는 매출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구찌의 전세계 매출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13조2100억원을 기록한 만큼 국내 매출도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케링 그룹은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구찌의 경우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구찌 가옥'을 개장한 데 이어, 최근 이 건물 4층에 고급 레스토랑 '오스테리아'를 열었다.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 미국, 일본에 이은 네 번째 매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