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CJ올리브영이 판사·회계사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올리브영이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짜 자회사를 쪼개서 상장하는 것을 정치권에서 제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판사·회계사 출신 이사 영입을 통해 법무·재무 리스크 대응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허성욱(사법연수원 29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와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를 지난달 말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허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 등에서 근무했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심의회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서울대에서 법경제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장 교수는 회계사 출신으로 한국윤리경영학회 수석 부회장을 지냈다. 정 대표의 경우 글로벌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영입했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과 법무, 재무 분야에서 자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 올리브네트웍스에서 화장품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만든 회사다. H&B(헬스·뷰티)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한 1위 사업자로 화장품·미용품·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제품군을 늘리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며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작년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발(發)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증시가 불안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며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며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경영리더와 장녀인 이경후 CJ ENM(035760) 경영리더가 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구주 매출로 현금을 확보하고 그룹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앞서 프리IPO 방식으로 기존에 보유해 온 올리브영 구주를 매각한 후 이 자금으로 CJ 우선주를 사들여 왔다.
이들이 사들인 CJ 우선주는 지금은 의결권이 없지만 10년후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 올리브영이 추정하는 회사 기업 가치는 4조원이다.
올리브영 지분은 작년 말 기준 이선호 경영리더가 11.04%, 이경후 경영리더가 4.21%, CJ가 51.15%를 갖고 있다. 올리브영의 작년 말 기준 총 주식은 1082만8408주다.
올리브영은 상장 시 신주를 얼마나 발행할지,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가 구주를 얼마나 매각할지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업 분할은 외환위기 당시 수익성 낮은 사업을 떼어내고 구조 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존 주주가 신설 법인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분할과 기존 주주가 신설 법인 주식을 받지 못하는 물적 분할로 나뉜다.
최근에는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추세지만 이 경우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논란이 있다. LG화학이 2020년 12월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올초 상장시킨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SK이노베이션이 작년 10월 만든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IPO 시점을 2025년 이후로 미뤘다.
올리브영은 인적 분할했기 때문에 물적 분할 후 상장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중복 상장을 통해 오너 일가가 경영 승계 재원을 마련하고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지주사가 상장하면 자회사는 상장하지 않는다. 일본도 모회사가 상장된 경우 자회사는 상장 폐지하는 분위기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적이든 물적이든 분할 자체가 대주주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더라도 분할이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됐는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는 쪼개기 상장으로 소액 주주가 피해보는 경우 집단 소송에 나서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 분할 시 주주간 이해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모회사와 자회사의 지분을 어떻게 계산해서 분리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CJ 지분은 작년 말 기준 이 회장이 보통주 42.07%를 갖고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보통주 2.75%, 신형우선주 22.98%를 보유하고 있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보통주 1.19%, 신형우선주 22.72%를 갖고 있다.
CJ 신형우선주는 발행된지 10년이 되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면 두 사람의 지분율은 각각 5.87%, 4.28%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