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여기어때 콘텐츠마케팅팀 윤소라 마케터, 김정혜 에디터, 이지수 마케터. /이신혜 기자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블랙’ 숙소가 존재한다. 통상 호텔이 등급을 1성급~5성급으로 분류하는 것과 달리 여기어때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참여해 블랙 숙소를 선정한다.

기준도 까다롭다. 럭셔리(고급성), 디자인, 유니크(독특함), 스토리(이야기), 서비스 등 5가지 항목 중 2가지 이상 충족해야만 블랙 숙소로 선정된다. 세부 항목은 100가지 이상으로 구성된다. 5성급 호텔이라도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고객들의 후기가 좋지 않을 시 과감하게 배제한다.

블랙 숙소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9.2% 늘어난 2049억원인 걸 고려하면, 블랙 숙소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금, 여기' 콘텐츠 속 추천 명소인 삼척미인폭포와 거제케이블카전망대. /여기어때 제공

여기어때의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블랙 숙소를 알린 이들은 여기어때 콘텐츠마케팅팀이다. 콘텐츠마케팅팀은 최연장자가 1991년생, 가장 어린 팀원이 1996년생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팀원 5명으로 구성됐다. 직급 없이 페어리, 죠이, 마린 등 자신이 원하는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비즈는 8일 서울 강남구 여기어때 본사에서 콘텐츠마케팅 팀원들을 만났다. 1년 100박 이상 ‘호캉스(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를 해봤다는 김정혜 블랙 콘텐츠 에디터(30), 제주·동해·거제 등 전국을 돌며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윤소라 마케터(31), 팀 내 최연소자이자 숙소 할인 팁을 전해준 이지수 마케터(27)가 한자리에 모였다.

◇ 호캉스 마니아가 4년간 블랙 숙소 228곳 선정

여기어때가 블랙 숙소를 운영한 것은 2018년 4월부터다. 고급스러운 가치를 보장한다는 의미로 ‘블랙’이라는 이름을 달았고, 현재까지 228곳의 숙소를 선정했다.

국내 호텔과 펜션 카테고리 내에서 우수한 숙소를 발굴해 선정한다. 호텔뿐만 아니라 고급 한옥 숙소나, 독채 펜션도 블랙에 선정될 수 있다. 콘텐츠마케팅팀에 소속된 에디터 2명이 격주로 숙소에 직접 방문해 살펴보고 정한다.

블랙 숙소를 발굴하고 글로 작성해 소비자에게 숙소의 특징을 전달해주는 김정혜 마케터는 1년에 100박 이상을 호텔에서 묵는다는 자칭·타칭 호캉스 마니아다. 다수의 호텔을 경험해본 그는 5성급 호텔 선정 기준을 참고해 만든 자체 참고표로 세부 사항을 따지고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평점, 불만족 후기 등을 꼼꼼히 챙긴다.

그는 각계의 달인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으로부터 섭외를 받을 만큼, 다양한 지역과 브랜드의 호텔을 섭렵했다. 특정 호텔의 특징을 물어보면 “그 호텔은 프렌치 조식이 유명하다”, “그 호텔은 신관과 구관으로 분리되어있는데 신관은 전 객실이 스위트룸이라 좋더라” 등의 막힘 없는 설명이 나왔다.

김 마케터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풀 빌라나 펜션들을 발굴해 몇 달 치 예약이 마감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그가 발굴한 제주도 독채 펜션 ‘하도기록’의 경우 성수기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블랙 숙소인 '그랜드하얏트제주'에서 촬영중인 김정혜 에디터. 그는 그랜드조선호텔 제주, 타이드어웨이 부산, 제주 하도기록 등을 추천숙소로 꼽았다. /여기어때 제공

◇ “국내 매력적인 여행지, 먼저 가보고 알려드릴게요”

여기어때는 현재 국내 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해외여행 카테고리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수익원이 국내에서 많이 나오는 만큼 아직은 국내의 관광지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마케팅팀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금, 여기’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지금, 여기’는 제주·서울·강원·경주·동해·서해·지리산 등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발굴한 관광지와 숙소, 맛집, 카페, 액티비티 등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이달 초 기준 누적 조회 수 150만 회를 넘어섰다. 이달 중에는 7번째 지역인 거제 편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 여기’의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긴 윤소라 마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돼 있던 여행 시장에 대한 고민으로 해당 콘텐츠를 개발하게 됐다”라며 “랜선으로나마 잠재 여행 고객에게 국내의 아름다운 여행지와 엄선한 숙소, 가볼 만한 관광지를 알려주기 위해 현지 모습과 사운드(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키워드 검색 도구를 이용한 검색량 및 앱 내 검색량을 분석해 추천할 만한 지역과 숙소를 선정한다. 이어 영상 촬영 팀원을 포함 총 6~9명의 팀원을 구성해 2박 3일간 여행지의 모습을 담는다. 일하면서 여행을 하다니, 부러워하는 기자에게 윤 마케터는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는 “핫 플레이스(명소) 같은 경우 일출·일몰·야경 등 찍어야 할 장면이 많아 풍경이 잘 나오는 장면만 찍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새벽 4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촬영하기도 하지만, 충분한 보상과 휴가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마케터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3년 근속 리프레시 휴가 2주 치와 여행 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달 14일 공개 예정인 '지금, 거제'편 이미지. /여기어때 제공

◇ 엔데믹 시대엔 블랙 숙소 수요 더 높아질 것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여행 및 국내 고급 숙소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어때도 이런 흐름에 맞춰 5월부터 실시간 항공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블랙 숙소 등 프리미엄 숙소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블랙 숙소를 평가하는 김정혜 에디터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시대를 거치면서 고급 숙소를 경험한 이들이 늘어난 만큼, 여행을 계획함에 있어 숙소를 중시하는 고객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엔데믹과 휴가철이 겹치면 프리미엄 숙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램핑이나 호텔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워케이션 근무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콘텐츠마케팅팀은 다양한 테마의 블랙 숙소와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해외 숙소 서비스가 출시에 대비해 해외여행에 관한 콘텐츠 발행도 준비 중이다.

팀 내 막내이자 유일한 20대인 이지수 마케터는 ‘지갑 사정이 가벼운’ Z세대를 위한 팁을 전했다. 그는 얼마 전 쿠폰을 이용해 5성급 호텔을 1박에 20만원대에 다녀왔다며 저렴하게 숙소를 예약할 방법을 공유했다.

이 마케터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 등에서 매달 1일 8% 할인 쿠폰 코드(최대 2만원)를 발행한다. 채널별로 1000개의 수량 제한이 있기에 빠른 손은 필수다. 매주 금요일마다 블랙 숙소를 대상으로 할인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