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인테리어 시장을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게 됐습니다. 지난해 국내 인테리어 업계 절대강자로 꼽히는 한샘(009240)을 인수하면서 꺼낸 디지털 사업 강화 계획으로 관계사 IMM인베스트먼트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IMM PE는 한샘이 가진 시공 능력 등 오프라인 기반 인테리어 시장 경쟁력을 ‘오늘의집’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집 주요주주가 IMM인베스트먼트입니다. 이들은 가구 판매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샘 사옥. / 한샘 제공

IMM PE는 지난해 7월 한샘 경영권 인수자로 깜짝 등장하며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했죠. 같은 해 10월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약 1조4513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도 속전속결 장악했습니다.

IMM PE는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주거 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어선데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지난해 60조원으로 전년 대비 46.3% 성장했고, 올해는 65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샘은 성장하는 인테리어 시장의 1위입니다. 50년 업력에 기반해 인테리어의 핵심으로 꼽히는 리모델링 등 시공 능력까지 보유했습니다. 덕분에 IMM PE는 한샘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샘을 ‘오늘의집’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었죠.

시기도 좋았습니다. 할리스, 대한전선, 태림포장 등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투자 실력을 입증한 후였고, 가구에 관심이 큰 롯데그룹이 자금 지원에도 나섰습니다. 한샘이 오늘의집에 버금가는 온라인 경쟁력을 갖출 경우 재매각 이윤이 상당할 수밖에 없겠다는 계산이 선 것이죠.

◇ 온라인 인테리어 시장 주도하는 오늘의집…누적 거래액 2조

오늘의집은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입니다. 2014년 인테리어가 잘 된 집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사진 속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기능을 더했습니다. 최근엔 아예 온라인 기반 인테리어 시공 중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죠.

특히 비대면 바람을 타고 오늘의집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월간 사용자 수(MAU)는 540만명으로 국내 최대고, 누적 거래액은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반면 한샘의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 리하우스 연간 매출은 6000억원 수준입니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지금은 온라인으로 인테리어 견적을 받고 계약까지 하는 비중이 100명 중 4명 정도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2명 중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김영호 IMM PE 부사장(왼쪽)과 송인준 대표(오른쪽). /조선DB

문제는 오늘의집 뒤에 IMM PE의 관계사 IMM인베스트먼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벤처캐피탈(VC)을 주력으로 하는 IMM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말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시리즈C 투자자로 참여해 인테리어 시공 중개로 사업 확장을 지원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한샘의 새 주인인 IMM PE가 정한 온라인 강화의 목표가 IMM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사인 셈입니다. 가정용 가구 시장에선 아예 직접 경쟁 대상이 됐습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레이디가구, 포더홈 등을 운영하는 온라인 가구회사 오하임아이엔티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특히 오하임아이엔티는 한샘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한샘몰에서 이미 가구를 팔고 있습니다. 한샘몰 상품 구색 확장 측면이지만, 한샘의 가구 제품과 대부분 품목이 겹친다는 점에선 불편한 대목입니다. 제품 간섭(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 IMM은 PE 대표와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공동 창업한 한가족

한샘의 대주주인 IMM PE와 오늘의집 주요주주이자 오하임아이엔티의 최대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는 같은 사명에서 예상할 수 있듯 ‘한지붕 두가족’입니다. IMM은 송인준 IMM PE 대표가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동 창업한 펀드 운용사입니다.

송 대표와 지 대표는 각각 서울대 경영학과 85학번, 86학번으로 동문입니다. 동향(대전) 출신이기도 한 둘은 학업은 물론 회계사 시험 준비도 같이 했습니다. 졸업 후 회계법인을 다니다 1999년 IMM(당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열었고, 대체투자 시장의 대표주자로 올라섰습니다.

IMM은 ‘세계가 내 손안에’라는 뜻의 라틴어 ‘인 마누스 몬두스’의 약자입니다. 2006년 송 대표가 기업 인수 후 재매각해 이윤을 챙기는 바이아웃 딜 강화를 목표로 IMM PE를 별도 설립하면서 IMM인베스트먼트가 초기기업 등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VC 형태가 됐습니다.

이후 IMM인베스트먼트는 오늘의집 성장만큼이나 빠르게 커졌습니다. 셀트리온·크래프톤·우아한형제들·카버코리아·펄어비스 등 투자마다 성공하며 2020년 사모펀드로는 처음으로 총자산이 5조원이 넘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준대기업집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IMM PE는 이윤을 위해서도 자존심을 위해서도 한샘을 잘 키워야 합니다. 하나투어, 펫프랜즈 등을 갖고 있지만, 기업 규모 면에서 한샘에 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잘만 키울 경우 자금 회수도 확실하게 이룰 수 있습니다. 자금을 댄 롯데가 한샘을 인수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샘 시공 기사가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샘 제공

IMM PE는 일단 한샘의 시공 능력을 오늘의집과 다른 차별화 지점으로 내놓는 모양새입니다. 단순 인테리어 시공 중개를 넘어 직접 시공·사후관리를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죠.

오늘의집과 같은 플랫폼도 이미 갖췄는데요. 한샘은 인테리어 업체 견적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플랫폼 인스테리어를 2019년 12월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력은 약한 편이죠.

◇ 4분기 적자 기록한 한샘…IMM인베와 디지털 협업 가능성도

일각에선 경쟁이 아닌 협력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샘의 실적이 되레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주택매매거래 감소에 따른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 수요 둔화로 7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1분기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입니다.

덩달아 주가도 떨어졌습니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해 7월 14만6500원까지 올랐던 한샘 주가는 현재 8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반면 오늘의집은 최근 20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에 나서며 기업가치 2조원 평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MM PE는 디지털 부문을 확실히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고 싶겠지만, 그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오늘의집을 통해 인테리어 시공을 중개받는 방식도 매각 시 이윤을 내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가정용 가구 강자인 현대리바트가 인테리어 부문 강화에 나섰고, LX하우시스도 뛰어들었습니다. IMM PE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