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여행 빅4(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 노랑풍선(104620), 참좋은여행(094850))가 21일 시작되는 ‘국내 입국 무격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4사의 누적 영업적자가 3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보유 자산을 대부분 매각하고 자회사·인력 효율화도 끝낸 터라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매기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가 진짜 생사기로”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손민균

이날 여행 4사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2020~2021년 누적 영업적자가 2422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2018년 294억원, 2019년 75억원의 영업흑자를 냈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는 439억원, 참좋은여행은 307억원, 노랑풍선은 2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년 간 주요 수익원인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여행사들은 인력을 줄이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며 버텼다.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하나투어의 직원 수는 2019년 말 2353명에서 작년 말 1165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서울 공평동 본사를 매각해 1170억원을 확보했다.

모두투어는 계열사인 모두투어리츠가 보유한 서울 명동 스타즈호텔을 팔아 430억원을 확보했고 2015년 인수한 자회사 자유투어도 매물로 나놨다. 노랑풍선과 참좋은여행도 직원 수가 2년 전보다 44%, 27% 감소했다.

구조조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이 여전히 어려워, 4사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대부분 급감했다.

하나투어는 현금성 자산이 2020년 말 1200억원에서 작년 말 1228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이는 자산 매각 덕분이다. 이제는 매각할 만한 자산이 남지 않아 현금이 떨어지면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는 보유 현금이 올해 안에 바닥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계약 후 매출 인식까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적자 폭 축소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하반기이고 당분간은 200억대 후반의 적자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투어의 현금성 자산은 779억원에서 421억원으로 85% 줄었다. 노랑풍선은 15% 감소한 261억원, 참좋은여행은 32% 줄어든 535억원이다.

여행 4사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이미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졸라맨 상태라 올해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회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 참좋은여행은 삼천리자전거(024950)다. 모두투어는 창업주인 우종웅 회장, 노랑풍선은 공동 창업주 고재경·최명일 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조만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실적에 언제쯤 반영될 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분분하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문가 패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 15% 만이 2022년에 해외여행 시장이 2019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2023년에 회복할 것이라는 대답은 43%, 2024년 이후에나 회복할 것이란 대답은 41%였다고 밝혔다.

여행 4사는 본격적인 업황 회복을 앞두고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새 진용을 짜고 있다.

왼쪽부터 노랑풍선 김진국 신임 대표, 참좋은여행 이종혁, 조현문 공동 대표. / 각사 제공

노랑풍선은 지난 10일 하나투어 공동대표 출신 김진국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여행업에 몸 담은 영업 전문가다. 참좋은여행은 이날 13년 11개월 만에 대표를 교체했다. 대한항공 출신 이종혁 대표와 최대주주 삼천리자전거 출신 조현문 대표가 공동대표 체제를 이끈다.

돌아올 여행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하나투어는 지난 14일부터 스페인, 스위스, 하와이 등 20여 개 해외여행 상품을 최대 40만원 할인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코로나 PCR 검사 2회와 항공권 귀국일 변경을 지원한다. 모두투어 역시 동남아, 유럽, 남태평양 여행 상품을 최대 31% 저렴하게 판매하는 ‘타임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노랑풍선은 미국과 하와이, 캐나다 등 미주지역 여행 문의가 증가한 점을 반영해 2인 이상 출발하는 미서부·미동부 상품과 4인·6인이 출발하는 가족여행상품을 준비했다. 하와이 ‘쉐라톤 와이키키 스위트 룸’에서 최대 6인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투숙할 수 있는 가족여행 상품과 캐나다의 옐로우나이프와 유콘에서 오로라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2주 살기 상품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