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004170) 총괄사장의 남편 문성욱 대표가 이끄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지난해 미국 패션 브랜드 인타이어월드(entireworld)와 동남아 차량공유 업체 그랩(grab) 투자로 손실을 본 반면 국내 스타트업 쿠캣, 에이블리 덕분에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7월 출범한 신생 CVC로 운용 규모가 작년 10월 기준 1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는 ▲스마트신세계시그나이트투자조합(500억) ▲스마트신세계포커스투자조합(300억원) ▲신세계웰니스투자조합(182억원)이다. 계열사와 함께 유통·식품·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자체 자금을 통한 투자도 하고 있다.
첫 해외 투자처인 인타이어월드는 작년 10월 사업을 중단하고 파산 신청을 하면서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투자한 원금 약 12억원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사는 미국 유명 의류 브랜드 밴드오브아웃사이더스의 디자이너 스콧 스턴버그가 2018년 만든 브랜드다. 중저가의 편안한 스타일 의류를 선보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자금조달에 실패하며 사업을 접었다.
작년 2월에 투자한 동남아의 우버 그랩 역시 성적이 좋지 않다. 그랩은 작년 12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했다.
이 스팩의 공모가는 주당 10달러였는데 그랩 주가는 현재 3~4달러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게적 대유행병)이 확산되며 회사의 핵심 사업 모델인 차량 공유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지분 50%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한 관계자는 "투자 시점이 일러 약간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향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라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쿠캣 투자를 통해서는 12.5%의 수익을 냈다. 이 회사는 간편식(HMR) 전문 플랫폼을 운영하고 음식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를 만든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 뭐 먹지?'의 팔로워 수가 451만명에 이른다. 콘텐츠로 소비자를 유입시켜 판매로 선순환 시키는 사업구조다.
10~20대 여성 소비자가 많이 쓰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아직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하지 않았지만, 투자 시점 대비 2.4배의 수익을 기록 중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366만명이 에이블리를 사용해 전문몰 중 지그재그, 브랜디, 올리브영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로 호평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투자기업 휴이노도 현 시점에 3.7배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휴이노는 유통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던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바이오, 헬스케어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첫 사례다.
휴이노는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부정맥이나 심장질환 의심환자와 의료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측정이 편리한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신세계그룹을 포함한 국내 유통 대기업은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 수익을 내거나 본업과의 시너지 전략을 모색하기도 한다.
롯데그룹의 CVC 롯데벤처스는 작년 배양육 생산기술 개발업체 스페이스에프, 프리미엄 자전거 인증 중고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 로컬 콘텐츠 기반 공간 기획·운영업체 어반플레이 등 27개사에 투자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작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이스웨어에 지분 투자 한 데 이어 계열사 한섬(020000)은 이달 스포츠 콘텐츠 기업 왁티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