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정관 내 사업목적에 화장품 판매업, 급식업 등 신규 사업을 대거 추가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 국내 여행업, 국외 여행업, 개인·가정용품 임대업, 가전·통신제품 대리점업 등을 새로 올린 지 약 8개월 만이다.

상반기로 예정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사실상 좌초한 가운데 재차 기업가치 올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서 이미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컬리는 그 이상의 몸값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마켓컬리 냉동차에 배송 제품이 들어차 있는 모습. /컬리 제공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4일 정관 변경을 통해 '화장품 제조 판매업,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업, 주류 도·소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 등기했다. '학교급식 및 대규모 급식처 공급업, 식당 프랜차이즈 사업'도 새로 올렸다.

사업 세분화도 진행했다. 2015년 5월 추가했던 '아이스팩 및 식품 포장지 제조업'을 삭제하고 '아이스팩 및 드라이아이스 제조, 판매업', '용기, 포장지, 패키징 제조, 판매업, 연구개발업'을 각각 추가했다. 아울러 '파지 수집 판매업'도 등기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슬아 대표가 설립한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축으로 사업목적에 신사업을 꾸준히 추가하며 기업가치를 높여왔다. 지난해 6월 사업목적 변경 후 여행·가전·뷰티 제품 등 비식품군 판매를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컬리는 당장 화장품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온라인 화장품 소비가 늘어난 데다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마켓컬리 뷰티 매출은 222% 급증했다. 화장품 제조 판매업 추가를 통한 별도 뷰티 플랫폼 출범을 예정했다.

컬리 관계자는 "사업목적 추가가 반드시 해당 사업 진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영역으로 진출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면서 "드라이아이스 제조, 판매업의 경우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고 생산 내재화에 나설 예정"라고 말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조선비즈

업계에선 컬리가 이번에 새로 사업목적에 추가한 학교급식 및 대규모 급식처 공급업, 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시작해 여행·가전·뷰티 등 비식품 사업으로의 확장을 계속해온 컬리가 다시 식품으로 방향을 튼 것이기 때문이다.

상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주력인 신선식품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쪽으로의 사업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컬리는 2020년 9530억원의 매출을 내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계속된 적자에 발목 잡히면서 기업공개(IPO)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예정했지만, 아직 상장 예비 심사도 청구하지 못했다.

컬리는 급식과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이 적자 해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급식과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재고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컬리가 대상홀딩스(084690)의 유기농 제품 매장인 초록마을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이런 고민에 기반을 뒀다. 재고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할 경우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픽=조선비즈DB

급식과 외식 사업 진출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컬리의 목표 기업가치는 5조~6조원 수준이다. 작년 12월 프리IPO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만큼 사업 확장을 통해 이보다 높은 몸값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 분야인 신선식품만으로는 단기간에 매출액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단가가 나가는 호텔 등 상품을 통해 매출을 늘려 왔지만 문제는 적자였다"면서 "컬리가 다시 원래 잘하는 사업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최근 이사회에 식품 전문가도 새로 들였다. 지난 4일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등기했다.

컬리 관계자는 "전문 인력 보강 차원에서 식품 전문가인 문 교수를 선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