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이행 여부에 유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광주 시민들은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면서 광주에 복합쇼핑몰 유치를 지역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신세계도 무릎 꿇은 광주, 코스트코·이케아 들어설까
광역시 가운데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웃렛, 창고형 대형 매장이 없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유통기업들이 여러 차례 진출을 시도했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신세계(004170)그룹은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신세계(037710) 주변 부지 2만6600㎡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려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발 백지화 요구에 나서면서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
이마트(139480)는 2010년 북구 매곡동에 추가 출점에 나섰다가 지자체와 소송전을 벌인 끝에 점포를 내지 못했다. 2019년에는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 매장을 남광주시장에 출점하려다 시장 상인회의 반대로 출점을 포기했다.
홈플러스는 2000년부터 주월동에 신규 매장을 열기 위해 건축 허가를 신청했으나 시민단체가 “심각한 차량 정체가 예상된다”며 반발해 2010년 포기했다.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도 지역 서점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수 년간 실갱이를 벌이다, 서울 광화문 매장의 5분의 1 규모인 1058㎡짜리 매장을 내는 것으로 지역 구의회와 협의했다.
◇광주 역내 소비보다 수도권 소비가 더 많아
유통기업이 지자체에 점포 개설 계획을 요청하면, 지역 상인과 정치인들이 반대해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자 광주는 ‘유통업계의 무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쇼핑 인프라가 적어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신한카드·하나카드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지역민들의 카드 사용액 중 수도권에서 쓰인 비중은 광주 51.6%·전남 48.5%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보다 각각 6.8%포인트, 4.6%포인트 증가했다. 거주지인 광주에서보다 수도권에서 더 많은 돈을 쓴 셈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소비가 집중된 탓이 크지만, 지역 쇼핑 인프라가 적어 역외 소비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당선자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한 만큼, 향후 유통기업들이 광주 상권 개발에 속도를 낼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으로 광주가 타 광역시에 비해 쇼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들의 요구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시민 신모 씨는 9일 광주광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인 바로소통광주에 “광주에 짓기로 했다던 대전 신세계백화점과 호텔에 와보니 부러워서 눈물만 난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절대 안 간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끼리 경쟁하고 백화점은 백화점끼리 경쟁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광주, 유통가 불모지에서 ‘기회의 땅’ 될까
유통업계는 광주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작년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신세계 광주점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652억원으로, 전체 백화점 점포 중 1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백화점이 11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성과다.
롯데마트가 지난 1월 개장한 창고형 할인점 ‘맥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는 광주 상무점을 창고형 할인점으로 새단장했는데, 개장 한 달간 매출이 작년보다 3배, 고객 수는 4배가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없었다”며 “광주의 첫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기업들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몰을 온라인 쇼핑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추세인 만큼, 광주·호남 지역에 대형 상점을 내 퀵커머스(즉시배송) 등 점포 기반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확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을 추가로 개설할 곳은 광주·호남 지역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정치권의 개입이 줄고 상권 개발이 수월해지면 ‘불모지’가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