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의 원조 한국필립모리스가 추락하고 있다.
5년 전 87%의 시장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공격적인 영업망을 가진 KT&G에 처음으로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와 담배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지난 2월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편의점 판매) 기준 시장 점유율이 1위에서 2위로 떨어졌다. 전월(44.5%)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42.9%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45.2%를 기록한 KT&G(033780)가 1위 자리를 꿰찼다.
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이 2위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G에 더해 BAT로스만스 등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5% 시장 점유율로 KT&G(42%)보다 앞서 있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기기에 꽂아 가열하는 방식이다. 2017년 필립모리스가 기기 '아이코스3′와 전용 스틱 '히츠'를 선보이며 시장을 열었다.
KT&G가 곧장 기기 '릴'과 전용 스틱 '핏'을 냈지만, 첫해 필립모리스 점유율은 87.4%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번에 필립모리스가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T&G가 44.3% 점유율로 44.5%를 기록한 필립모리스를 소수점 차이로 따라붙은 지난 1월 부랴부랴 '아이코스3 기기 39% 할인' 등 판촉을 강화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기가 일단 팔려야 담배인 스틱 판매도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면서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3를 낸 이후 2019년까지만 '아이코스3 듀오', '아이코스3 멀티' 등 총 3종 기기를 출시, 2년 넘게 신제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필립모리스를 제외한 KT&G, BAT 등의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KT&G는 약점으로 꼽히는 연무량을 액상 추가 방식으로 개선한 기기를 앞세워 올해 전자담배 스틱 판매에서 3%포인트 넘는 점유율 상승을 이뤘다.
BAT도 지난달 전자담배 스틱 시장 점유율 11.9%를 기록하며 전월 11.2% 대비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9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 '글로 프로 슬림'을 국내서 처음 출시한 데 더해 기존 기기를 90% 할인해 판매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각에선 필립모리스의 추락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 담배 판매는 감소하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필립모리스가 신제품 출시 등 점유율 확장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올해 필립모리스는 2년여 침묵을 깨고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에서 출시한 '아이코스 일루마'를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전용 스틱 '테리아'를 새로 내는 것도 검토중이다.
판촉도 더욱 강화한다. 지난달 14일부터 정가 13만원인 '아이코스 3듀오'를 62% 할인한 4만9000원에 판매하는 보상 혜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존 기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편의점(GS25)과 손잡고 전국 약 600곳 매장에 전용 수거함도 비치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아이코스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장 최신 기계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면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출시할 예정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 담배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전용 스틱) 판매량은 4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담배 판매량은 31억5000만갑으로 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