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새벽배송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이 일찍이 자리잡은 가운데 후발주자인 네이버(NAVER(035420)), GS리테일(007070), G마켓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거나 지역을 확대하며 점유율 뺏기에 나섰다.

그래픽=이은현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3일부터 신세계(004170)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입점시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새벽배송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동안에는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을 통해 당일, 익일 배송을 제공해 왔다.

작년 4분기 당일배송 장보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270%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자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거래 규모를 더욱 키우려는 목적이다.

김평송 네이버 책임리더는 “장보기 품목을 세분화하고 원하는 배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이용자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 GS리테일, 새벽배송 확대...G마켓·인터파크도 참전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 새벽배송 지역을 기존 서울 전 지역과 경기 부천·광명·시흥 등 12개 시에서 확대했다. 경기 8개 시와 인천이 새롭게 추가됐다. 지역 확대를 기념해 매일 1000명에게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GS리테일은 올해부터 GS프레시몰의 거래액을 키우는 데 역량을 총동원 할 계획이다. GS프레시몰의 작년 연간 거래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식품 전문 플랫폼인 쿠팡 로켓프레시(2조3000억원), 마켓컬리(2조원)와 비교하면 저조하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글로벌은 지난달 서울 강남, 서초, 송파에서 자체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 물류관리 시설) 서비스 스마일배송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거래액 대부분이 비(非)식품에서 발생하고 그동안 익일배송만 해왔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식품 거래가 급성장하자 식품 새벽배송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로 했다. 작년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한 이마트(139480)그룹과의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달 말부터는 서울 전체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야놀자가 작년 인수한 인터파크도 지난달 신선식품 전용관을 선보이면서 서울, 경기, 인천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했다. 축·수산물 전문 플랫폼 얌테이블을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향후 다른 업체를 입점시켜 새벽배송 가능 품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이커머스 성장 올해부터 둔화…새벽배송 기업 3배 급증

이커머스 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기존 서비스 만으로는 거래액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침투율(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거래 비중)은 작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세계 1위인 중국(45%)과 비슷해졌다. 침투율이 높을수록 추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

식품은 온라인 침투율이 작년 기준 28%로 내구재보다 낮아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새벽배송 수요가 가장 많은 품목이기도 하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원을 밑돌았으나 올해 9조원, 2023년 11조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민정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이미 온라인 침투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영향으로 일시 유입된 온라인 수요가 일부 이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년도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 새벽배송 전문 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 추세로 보면 온라인 장보기 시장 역시 2025년쯤에는 온라인 침투율이 40%에 육박해 성장 둔화가 본격화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이때부터는 본업 이외의 신사업을 통해 외형 성장, 수익성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벽배송 주요 기업은 2018년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 헬로네이처 3사에서 현재 10개로 급증했다.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보니 너도나도 무료 배송, 100원 특가 딜 등 파격 할인 쿠폰을 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통합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관리에 나서는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하면 전부 적자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사업을 영위하는 것 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풀필먼트 사업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유통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테고리 킬러(특정 품목 1위) 앱은 지속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