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헤드헌터(채용 전문가)를 채용하며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VCM)에서 "인재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것"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는 작년 말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한 바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현재 외부 핵심 인재 전문 리크루터라는 이름으로 헤드헌터를 채용하고 있다. 임원 등 핵심 외부 인사 영입이 주요 업무다. 인터뷰와 협상, 계약 체결 등을 도맡는다. 소셜미디어(SNS) 등 다양한 채널을 개발하고 네트워킹을 활용해 후보자 데이터 베이스(DB)를 구축해 우수 인재풀도 관리해야 한다.
자격 요건은 헤드헌팅이나 서치펌(채용 업체) 경력이 5년 이상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소셜미디어 활용 능력이 우수해야 하며 임원 영입 경험자를 우대한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계약 종료 후 업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최고 스토리텔링 책임자(CSO·Chief Storytelling Officer) 채용에 직접 나섰다. CSO는 회사 브랜드와 제품에 스토리, 세계관 등을 구축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나 대표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롯데온의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텔링에 임팩트를 만들어줄 임원급 혹은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글을 올리며 'SNS 마케팅, 롯데온의 상품·서비스·product(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말해줄 전문가'라는 해시태그(검색을 편하게 하는 # 표시)를 달았다.
롯데쇼핑(023530) 관계자는 "현재 CSO 지원자를 만나고 채용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단순히 롯데온에 판매 제품만 올리는 게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편하게 이해하고, 고객을 끌어당기는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우수 인재를 관리하기 위해 올해부터 계열사 직원끼리 자유롭게 이직하는 인커리어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원을 다른 곳으로 발령낼 순 있어도 직원 스스로 다른 계열사로 옮길 수 있는 제도는 없었는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우수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인사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직무 역량만 맞으면 롯데쇼핑에서 롯데케미칼(011170)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순혈주의가 강한 롯데가 외부 인재 영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체질개선과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지난달 20일 경기도 오산시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새로운 롯데, 혁신'을 주제로 열린 2022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인재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진행된 롯데그룹 인사에서는 글로벌 회사 프록터앤드갬블(P&G) 출신의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각각 유통과 호텔 사업군 총괄대표로 낙점했다. 또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를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했다.
롯데그룹 측은 당시 "신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해왔다"며 "어떤 인재든 포용하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