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친환경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을 목표로 배송 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프레시백(재사용 보냉백)으로 연간 1억개의 스티로폼 상자를 절약했으며 LG화학과 손잡고 배송 폐기물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20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환경 프레시백을 도입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려면 보통 스티로폼 상자, 아이스팩·드라이아이스 등 단열재, 충격으로부터 식품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재(뽁뽁이)가 필요하다.
쿠팡은 신선식품 배송 과정에서 포장을 줄일 방법을 고민했고 재사용 가능한 보냉백을 만들었다. 보냉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배송 직원과 고객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예상 물량에 맞춰 물류센터에 프레시백을 공급하고 수거·세척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고객이 로켓프레시 상품을 주문하면 제품이 프레시백에 담겨 배송된다. 고객이 제품을 꺼낸 뒤 프레시백을 문 앞에 두면 쿠팡친구가 수거해 배송 캠프로 가져간다.
배송 캠프에서 프레시백을 전용 살균 세척기로 1차 세척하고 스팀 살균·살균 세척액 등으로 2차 세척한다. 살균된 프레시백은 다시 물류센터로 옮겨져 고객 주문에 재사용된다.
많은 기업들은 보냉백을 재사용하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보냉백에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며 다시 수거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척과 건조를 위한 추가 장비와 인력도 필요하다. 쿠팡은 로켓배송 제품을 직매입하고 직고용된 직원들이 직접 배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순환 과정을 구축할 수 있었다.
쿠팡은 현재 신선식품 10개 중 7개는 프레시백으로 배송하고 있다. 나머지 3개는 고객이 박스 포장을 요청하거나 계란·수박 등이 박스로 출고되는 경우다. 프레시백은 작년 하루 평균 31만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대체했으며 연간 1억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줄였다.
연간 3만톤에 달하는 양으로 여의도 면적 6.5배 땅에 나무 900만 그루를 심는 수준으로 탄소 저감 효과를 냈다. 쿠팡 관계자는 "신선식품 프레시백 사용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고 아이스팩도 친환경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쿠팡은 LG화학과 플라스틱 폐기물도 줄이고 있다. 고객이 비닐과 완충재 등 폐기물을 프레시백에 반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화학은 회수된 폐기물을 재생 원료로 만들어 쿠팡이 다시 재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따로 분류·보관할 필요 없이 곧바로 친환경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양사는 이를 위해 작년 9월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쿠팡과 LG화학이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에 대해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라이언 브라운 쿠팡 환경보건안전 총괄 부사장은 "고객은 신선식품 포장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대신 (프레시백에 반납하며) 쉽고 편하게 친환경에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은 작년 12월 '녹색 소비 ESG(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얼라이언스' 출범에도 참여했다. 녹색 소비 ESG 얼라이언스는 친환경 생산·소비를 위해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기구로 환경 표지 제품 소비 활성화를 유도한다.
환경 표지는 원료·제조·유통·사용·폐기 전 과정에서 에너지 및 자원 소비를 줄이고 오염 물질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쿠팡은 자사 브랜드(PB)에서 환경 표지 제품을 늘릴 계획이다. 고객의 친환경 쇼핑을 위해 친환경 제품 전용 카테고리를 만들고 할인 및 쿠폰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라이언 브라운 부사장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하며 녹색 소비를 유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