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고급 와인(컬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 인수를 추진한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전경. / 쉐이퍼 빈야드 제공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 유지 협약상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 대기업이 미국 현지 와이너리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와인 소매 시장이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고 맥주를 제치고 21년 만에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꿰차는 등 급성장하자, 현지 양조장을 통해 와인을 들여오는 것을 넘어 직접 생산해 경쟁사와 차별화 하겠다는 의도다.

쉐이퍼 빈야드는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다. 시카고에서 출판업을 하던 존 쉐이퍼가 1972년 나파밸리의 포도밭을 구입하고 가족과 함께 개간한 뒤 포도밭을 일궜다.

쉐이퍼 빈야드는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컬트 와이너리 중 하나다. 특히 쉐이퍼 빈야드의 플래그십 와인인 ‘힐사이드 셀렉트’는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가 5차례 이상 10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힐사이드 셀렉트 외에도 ‘릴렌트레스’와 ‘TD-9′ 등 내놓는 와인마다 호평을 받으며, ‘나파밸리 와인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국내에선 ‘힐사이드 셀렉트’가 80만~90만원대, ‘릴렌트레스’가 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맹금류를 활용해 설치류의 포도밭 훼손을 막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나파 지역에서 최초로 100%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2015년 정용진 부회장이 밀라노 엑스포 현장을 방문해 와인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 정용진 부회장 페이스북

이번 거래는 정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와인 감별 능력부터 양조 지식까지 두루 갖춘 와인 전문가로 통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와인컴퍼니(현 신세계L&B)를 직접 설립했다. 당시 와인 시장에 가격 거품이 만연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좋은 와인을 선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한다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며 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139480)는 2019년 자체 브랜드(PB) 와인 ‘도스 코파스’를 출시하며 국내 와인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4900원이라는 초저가임에도 품질이 좋은 ‘가성비 와인’의 출시에 소비자들이 호응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와이너리에 “한번에 100만병을 사겠다”고 제안하며, 와인 단가를 확 떨어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도스코파스는 2019년 출시 이후 작년 11월까지 420만병(누적)이 팔렸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와이너리 인수에 대해 도스 코파스로 와인 저변을 확대한 데 이어, 고급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신세계가 나파밸리의 컬트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경우, 국내 와인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와인 수입사의 한 관계자는 “와인 유통 채널을 신세계그룹으로 한정하거나, 품질 좋은 중저가 와인을 직접 개발해 출시한다면 경쟁사엔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