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033780)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3′를 처음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한 한국필립모리스가 신제품 출시 지연 등으로 주춤한 틈을 파고들며 동일 선상에 섰다.
10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 1월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편의점 판매) 기준 시장 점유율 4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진출 이후 최고 점유율이다. 같은 기간 44% 점유율을 낸 한국필립모리스와 공동 1위가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기기에 꽂아 가열하는 방식이다. KT&G는 2017년 11월 한국필립모리스의 기기 아이코스3와 스틱 ‘히츠’에 맞서 ‘릴 솔리드’(기기)와 ‘핏’(스틱)을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첫해 점유율은 3%에 머물렀다.
KT&G의 잇따른 기기 신제품 출시가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KT&G는 전자담배 기기 릴 솔리드 출시 이후 가열 기능을 강화한 ‘릴 플러스’, 54g 무게로 휴대성을 강화한 ‘릴 미니’, 풍부한 연무량이 장점인 ‘릴 하이브리드’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KT&G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 게 특징”이라면서 “KT&G는 시장 진출 초기부터 기기 판매를 늘려 담배인 전용 스틱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게 통했다”고 말했다.
KT&G는 지난해 2월 ‘릴 하이브리드 2.0′을 출시하며 총 5종 기기를 출시했다. 특히 릴 하이브리드 2.0는 약점이었던 연무량을 액상 추가 방식으로 개선하며 인기를 끌었다. 새로 낸 전용 스틱인 ‘믹스’ 판매도 덩달아 뛴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 판매 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신규 기기 구매 시 20% 할인 정책을 펴는가 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교체하면 33% 할인 적용도 진행했다. 담배는 판촉이 불가능하지만 기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판촉이 가능한 점을 이용했다.
필립모리스는 KT&G와 정반대 행보를 걸었다. 2017년 6월 아이코스3를 낸 이후 2019년까지 ‘아이코스3 듀오’, ‘아이코스3 멀티’ 등 총 3종 기기를 낸 데 그쳤다. 그나마 아이코스3 듀오는 아이코스3 상품성 개선 모델 수준에 머물렀다.
덩달아 전용 스틱 판매가 줄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통채널(군납, 면세 제외) 판매액 기준 한국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점유율은 2017년 87%에서 2020년 58%로 줄었고, 지난해 말 기준 45%까지 떨어졌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비교적 냄새가 덜한 전자담배 수요가 늘었는데 (필립모리스가) 새 기기를 내놓지 못했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대란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 증가는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은 일반 담배보다 세금이 낮기 때문이다. 판매 가격(4500원)은 같지만, 일반 담배는 3300원, 궐련형 전자담배(전용 스틱)에는 298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각에선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담배 판매는 감소하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필립모리스 등이 점유율 확장 총력전을 예정하고 있어서다.
올해 한국필립모리스는 2년여 침묵을 깨고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에서 출시한 ‘아이코스 일루마’를 선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전용 스틱 ‘테리아’를 새로 내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편의점 판매 기준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한 BAT로스만스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핵심 사업에 올렸다. 지난해 9월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글로 프로 슬림’을 국내서 처음 출시한 데 더해 기존 기기를 9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낸 ‘2021년 담배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전용 스틱) 판매량은 4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담배 판매량은 31억5000만갑으로 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