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인 기업공개(IPO)를 책임질 안세진 대표가 호텔롯데의 재무·영업 임원을 교체했다. 호텔롯데 실적을 좌우했던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호텔 영업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작년 12월 후속 임원 인사에서 호텔군HQ 산하에 경영전략본부, 조직혁신부문, 재무혁신부문을 신설했다. 경영전략부문장에는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 출신 이종환 전무를, 조직혁신부문장과 재무혁신부문장에는 호텔&서비스 비즈니스유닛(BU) 임원 출신 홍성준 상무보, 한경완 상무보를 선임했다.
호텔군HQ란 개념은 롯데그룹이 작년 11월 조직개편에서 처음 공개했다. 롯데그룹은 2017년 BU 체제를 도입해 계열사를 4개 부문으로 묶어 관리했지만, 업역이 다른 계열사를 한 그룹에 포함하면서 시너지가 나지 않고 직원들 피부에 와닿는 인사, 재무 기능은 계열사에 흩어져 있어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작년 BU체제를 없애고 HQ체제를 도입했다. HQ체제는 계열사를 ▲유통 ▲식품 ▲호텔 ▲화학 4개 부문으로 묶되 관련성이 떨어지는 건설, 렌탈 계열사는 별도 관리한다. BU가 중장기 사업전략에 집중했다면 HQ는 재무, 인사 기능은 물론 구매·IT·법무 통합 운영을 검토해 의사결정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후속 인사에 따르면 기존 호텔 BU를 이끌었던 이봉철 전 사장은 물러나고 강성태 롯데호텔 재경부문장은 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재무전문가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높여 IPO를 재추진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2016년 한차례 무산됐으나 신 회장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IPO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호텔롯데 상장은 안세진 총괄대표와 한경완 재무혁신부문장이 주도할 전망이다. 1969년생인 안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사 AT커니 출신으로 LG화학(051910), 알릭스파트너스, LS(006260)그룹을 거쳐 2018년부터 놀부 대주주인 사모펀드 모건스탠리PE의 운영 조직을 총괄하며 놀부 경영을 맡았다. 호텔업 경력이 없지만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업 재편을 주도한 바 있어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높일 적임자로 선임됐다.
호텔롯데는 국내외 영업부문장을 교체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국내 영업부문장에는 2018~2021년 롯데 러시아 법인 롯데루스 대표를 지낸 김태홍 상무가 임명됐다. 호텔롯데에 있어 러시아는 첫 해외 진출지이자 2020~2021년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5성 호텔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낸 의미 있는 곳이다.
회사 측은 해외영업본부는 없애고 미주, 유럽, 아시아 지역별로 나눠 세부 관리하기로 했다. 미주 총괄임원에는 블랙스톤 BRE호텔앤리조트, 트럼프호텔 등에서 30년 간 경력을 쌓은 짐 페트러스 법인장을, 유럽 총괄임원에는 시그니엘서울 총지배인 출신 몰튼 앤더슨 전무를 선임했고 아시아 총괄임원은 롯데호텔하노이 총지배인 심희승 상무보가 겸임하도록 했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최근 2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진출이 지지부진했지만 지난달 시카고 킴튼 호텔 모나코를 인수해 내년 자체 호텔 브랜드 L7로 문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다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 해외 호텔은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세분화 해서 관리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임원 인사에서 롯데면세점의 주요 임원은 대부분 유임됐다.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실적이 악화 됐지만 여전히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잦아들면 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작년 1~3분기 면세사업부 매출은 2조5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텔사업부 매출도 18.5% 늘어 4331억원을 기록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6%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호텔 부문 영업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국가간 이동, 국내외 여행 수요가 정상화 되기 전까지 호텔업의 수익성 회복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