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GS리테일(007070)의 이커머스 부문 영업적자가 연간 700억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롯데·신세계(004170) 등 유통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커머스의 외형 성장을 위해 마케팅 비용 지출과 물류 투자를 대폭 늘린 영향이다.

GS리테일이 2021년 6월 22일 출범한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 애플리케이션(앱)과 배달원(우친). /GS리테일

9일 GS리테일 주가는 6.28% 하락한 2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 폭이 이렇게 큰 건 2020년 8월 18일(6.8%) 이후 1년반 만에 처음이다.

전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이 악재였다. 회사 측은 4분기 매출이 22.8% 증가한 2조6545억원, 영업이익은 0.9% 줄어든 2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증권가의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이 7개 증권사 전망치 평균(58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력 사업인 편의점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객수 감소로 영업이익이 5.8%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공통 및 기타 부문 영업적자가 2020년 4분기 46억원에서 작년 495억원으로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통 및 기타 부문에는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과 동물복지·유기농 전문몰 달리살다,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 등 이커머스 사업부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 자회사 어바웃펫 등이 포함돼 있다.

495억원의 적자 가운데 270억원이 이커머스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부문 적자는 분기당 100억~150억원에 그쳤으나 작년 4분기에 대폭 확대됐다. 연간 적자는 7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사업부의 연간 거래액(GMV)은 1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연간 적자가 7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은 우려된다"고 했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 화면. / GS리테일 제공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023530)이 각각 2019년과 2020년 통합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출범시킨 반면 GS리테일은 홈쇼핑, 편의점, 슈퍼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일원화 하는 작업을 지난해 막 시작한 단계다.

여전히 GS홈쇼핑이 운영하는 GS샵과 편의점·슈퍼 위주의 GS프레시몰이 별도 운영되고 있고 양사 통합 온라인 플랫폼 마켓포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다수의 인수합병(M&A)에 참여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긴 만큼 통합 플랫폼을 공들여 제대로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요기요를 사모펀드 2곳과 함께 1조원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지난 1년 간 ▲새벽배송 물류대행 스타트업 팀프레시 ▲카카오모빌리티 ▲인공지능(AI)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사 씨메스 ▲음식 콘텐츠 스타트업 쿠캣 등 13개 회사에 5500억원을 투자했다.

GS리테일은 올해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와 식품 버티컬(수직계열화) 역량을 내재화해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퀵커머스는 GS리테일의 전국 1만5000개 편의점·슈퍼·물류거점과 월간 순이용자(MAU)가 700만~800만명에 달하는 요기요의 플랫폼 경쟁력을 접목해 배달의민족(B마트)과 쿠팡이츠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 1위 사업자를 노린다.

또 한 축인 식품 버티컬은 음식 원물을 가공해 제조, 유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룹 내에서 수직 계열화 하는 방향이다. 이 회사는 2020년 축가공 자회사인 후레쉬미트를 설립했고 작년 스마트공장으로 채소 등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농업기술 기업 퍼스프를 인수했다.

쿠캣을 인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은 콘텐츠다. 쿠캣은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 뭐 먹지?'에 음식과 관련한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게시하고 관련 제품을 직접 판매도 한다. 이 페이지의 팔로워 수가 451만명에 이른다. 콘텐츠로 소비자를 유입시켜 판매로 선순환 시키는 사업구조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과 육류 전처리 과정부터 판매, 배송하는 밸류체인을 내재화 함으로서 유통마진을 줄이고 더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식품 버티컬 관련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