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며 유통 업계에 워케이션(업무+휴식)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호텔 업계는 한 달 살기 객실을 선보이는 식이다. 호캉스(호텔+바캉스)는 보통 1~3박에 그치지만 장기 숙박은 2~4주씩 머무르며 객실 투숙률을 높여준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한 번쯤 꿈 꾸는 호텔에서의 삶'을 주제로 장기 숙박 객실을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엘 서울은 1150만원으로 프리미엄 시티뷰 객실에서 30박을 머무를 수 있다. 79층 살롱 드 시그니엘 라운지에서 이메일·웹 서핑이 가능하며 8~10인실 회의실을 이용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왕복 서비스 1회, 하루 셔츠 2개 무료 다림질, 세탁 20% 할인, 슈폴리싱(구두 닦기),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도 이용 가능하다. 라운지바 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크레딧)도 제공한다.
롯데호텔 서울은 14박(240만~430만원)과 30박(410만~820만원)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메인타워와 이그제큐티브타워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셔츠·바지·속옷·양말을 무료로 세탁할 수 있다. 롯데시티호텔과 L7도 14박에 100만원대, 30박에 200만원대로 투숙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총 2500개의 장기 숙박 객실을 판매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재택 근무 장기화로 비즈니스 업무 공간을 찾는 고객과 해외 여행 비용을 호캉스에 투자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호텔 장기 투숙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전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 전 지점에서 한 달 살기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 가고 싶던 지역에서 휴식을 즐기고 명소를 둘러보며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낸다는 취지다. 최소 14박부터 최대 30박까지 선택 가능하며 5일마다 객실을 정리해준다. 조·중·석식 뷔페 1일 1회 50% 할인권 5매와 흑백 프린트 1일 1회 무료 이용권 5매를 제공한다. 신라스테이는 10박 숙박 시 1박 무료 행사도 진행한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워케이션 상품 '88한 하루'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 시간에 맞춰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작년 매달 평균 150개 객실이 판매됐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관계자는 "10만원 초중반대로 5성 특급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방문이 늘었다"고 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작년 말부터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하늘 길이 열리자 홍콩 한 달 살기 선 모객 상품을 출시했다. 양국 자가 격리가 해제되는 시점부터 이용 가능하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오랜 시간 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한 만큼 장기 여행으로 재충전을 원하는 직장인과 자녀 방학을 활용한 가족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CJ ENM(035760)은 작년 말 제주도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를 열고 한 달에 10명씩 숙박비와 교통비 등 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CJ(001040) 그룹은 지난달부터 서울 용산구·중구, 경기도 일산 등에 160여 석 규모로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자율 근무를 돕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고정된 공간에서 일하는 문화가 약해지고 재택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며 "워라밸을 넘어 워케이션으로 일의 개념이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강원도 평창 등 지방에서 1주일 동안 머물며 업무를 보는 대신 회사가 호텔, 식사, 사무 기기 등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어때는 재택 근무를 상시화하며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할 경우 택시비를 지원한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재택 근무로 좌석이 필요 없는 경우가 늘며 사무실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스마트 오피스 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들도 발 빠르게 직장인 유치에 나섰다. 티몬과 경남 창원시는 최근 직원들이 워케이션으로 창원에 살면서 31년 동안 단감을 재배한 농업마이스터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등 지역 상품과 문화를 경험하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