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팬’으로 만드는,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브랜딩이나 마케팅에서 ‘내러티브’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열렬한 소비자의 사랑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매출 증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내러티브란 비전과 세계관 등 특정 관점이나 가치관을 담아낸 강력한 서사로,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 ‘방탄소년단(BTS)’ ‘에스파’ 등 최근 K팝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관’도 내러티브 전략 중 하나다. 이제 우리는 물건을 사고 음악을 들을 때도 내러티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이코노미조선’은 브랜딩에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기업을 조명하고 소비자들의 내러티브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애나 안델릭 전 바나나 리퍼블릭 최고브랜드책임자(CBO) 미 컬럼비아대 사회학 박사, 전 만수르 가브리엘·레베카밍코프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020년 미 포브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MO’ 선정, ‘The Business of Aspiration(영감의 비즈니스)’ 저자

“내러티브(Narrative) 전략은 최근 20년 동안 마케팅 산업에서 일어난 가장 흥미로운 일입니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이 아닌 서사(敍事)를 사죠. 탄탄한 브랜드 서사는 그 브랜드가 핵심 경쟁 우위를 점하고 높은 가격을 호령할 수 있게 하는 보증서 역할을 합니다. 애플과 테슬라, 샤넬, 구찌, 파타고니아, 디즈니 모두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내러티브 마케팅 전략은 각 기업 브랜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에 끌리고 어느 상품을 구입할까. 내러티브 전략은 단순한 유행일까 아니면 각 기업이 지녀야 할 기본 덕목으로 자리매김했을까. 내러티브 전략과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에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애나 안델릭(Ana Andjelic)은 1월 6일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답했다.

그는 각 기업이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제품 판매에서 큰 마진을 남기려면 내러티브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고객은 점점 더 브랜드와 제품에 녹아들어 있는 서사에 그들의 지갑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내러티브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려면 사회와 문화에 관한 이해를 밑바탕 삼아 시대정신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델릭은 2020년 미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중 한 명으로, 미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서 마케팅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미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바나나 리퍼블릭’에서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근무했다. 가방으로 유명한 ‘만수르 가브리엘’과 미 패션 브랜드 ‘레베카 밍코프’ 등에서 CMO로도 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러티브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최근 TV나 인쇄, OOH(Out of Home·옥외) 광고 효과가 감소하면서 각 브랜드는 자신만의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미디어 환경이 더욱 파편화하고 수요자 중심이 된 것도 한몫했다. 애플의 내러티브 마케팅이 좋은 예다. 애플은 인간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브랜드 서사를 구축했다. 그 결과 최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여전히 애플 스토어 앞에 줄을 서는 열성적인 팬 커뮤니티가 생겼다.

내러티브 전략은 최근 20년 동안 마케팅 산업에서 일어난 가장 흥미로운 일이다. 정형화한 형식에서 벗어나 창의성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내러티브 전략으로 인해 세계와 사회, 문화 속에서 그들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있다.”

내러티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는 소비자가 이미 얘기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기반으로 문화와 연결하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건 모든 브랜드에 매우 중요하다. 이케아나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 미국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는 시대정신을 포착해 그들의 소비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성공했다. 또 하나는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관해 명확히 고찰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세상에 가져오고 △무엇을 빼앗고 △무엇으로 알려지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브랜드 목적이 명확해야 외부적으로 강하고 일관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다. 즉, 브랜드를 고객 마음속에 분명하게 배치하는 밑바탕인 셈이다.”

내러티브 전략을 구사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러티브 분야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 강력한 비즈니스 비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 비전과 함께 스토리텔링 역량을 갖춘 브랜드 책임자 그리고 편집 감독 및 아트 디렉터와 같은 시각적·언어적 스토리텔링 인재가 두루 있어야 내러티브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 내러티브 전략에 발을 들인 사람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트렌드가 새롭게 생기는지, 브랜드가 어떻게 트렌드에 대응하는지, 문화적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 이는 곧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 및 행동이 겹쳐진 기술이다.”

지금까지 어떤 브랜드의 내러티브 마케팅이 인상 깊나.

”이케아다. 이케아는 가구 업체를 넘어 세계에서의 역할로 자신들의 영향력 범위를 넓혔다. 이케아라는 브랜드는 내러티브 전략으로 의류와 지속 가능성, 조명, 향기 같은 다른 시장으로까지 뻗어 나갈 수 있었다. 이케아는 스스로 ‘잘 디자인된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오랜 세월 후에도 자신이 추구하는 문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또 이케아는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고객 집단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밖에 전기차와 우주탐사를 통해 혁신 문화를 조성하는 테슬라의 내러티브도 인상 깊다. 샤넬, 구찌, 애플, 에르메스, 파타고니아, 디즈니도 모두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테슬라를 언급했다. 테슬라의 내러티브 성공 비법을 논한다면.

”테슬라는 최근 우주발사체를 발사해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완전 자율주행(FSD)’ 약속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테슬라의 내러티브 전략은 구체적인 ‘실행’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런 믿을 수 있고 일관적인 행동은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냈다.”

구찌와 샤넬 등 명품 브랜드도 내러티브 전략을 구사한다.

”명품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하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는 샤넬 같은 상징적인 설립자(가브리엘 샤넬)일 수도 있고 구찌처럼 상상 속 세계일 수도 있다. 구찌는 비밀 정원과 유니콘, 풍요로움과 낭만주의, 르네상스로부터 받은 영감이 어우러진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산이나 이야기가 없는 브랜드는 미국의 랄프 로런처럼 그들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창작된 이야기는 영감을 주고, 몰입감을 부여해서 유서 깊은 브랜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탄탄한 서사가 브랜드의 핵심 경쟁 우위이자 높은 가격을 호령할 수 있는 보증서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상품이 아닌 서사를 산다. 서사의 일부가 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마블 스튜디오뿐 아니라 K팝에서도 세계관(유니버스) 마케팅이 통하고 있다.

“세계관 마케팅은 매우 수익성이 좋은 사업 성장 전략이다. 다른 제품 범주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세계관 중심(브랜드 목적)을 세우면서 기업은 창조적인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관으로 인해 브랜드 범주가 확장되면 소비자가 브랜드에 진입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는 곧 높은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 성장이 숙제로 다가오는 성숙기 시장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마케팅 면에서 내러티브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까.

”내러티브 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는 높은 가격과 마진율을 유지할 것이다. 기업들은 모두 가격 경쟁을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내러티브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내러티브 전략이 완벽히 자리 잡아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비즈니스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꽤 든다. 또 반복적으로 소비자에게 서사를 주입해야 한다. 시간과 반복 없이 효과적인 내러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지름길은 없다.

내러티브 전략은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개인과 지역 브랜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와인이나 치즈를 제조하는 프랑스 지방은 그들의 제품 이미지를 향상하고 브랜드를 정립하기 위해 내러티브 전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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