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물류센터를 보유한 유통사들이 안전 관리자를 앞다퉈 채용하고 있다.
유통업은 건설·철강·화학에 비하면 산업 재해가 적은 산업군이지만 최근 물류센터와 관련한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다. 1호 기업이 되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조직과 인력부터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쿠팡, 컬리, 지마켓글로벌(G마켓·옥션),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 배송대행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등이 최근 물류센터와 관련한 산업 안전 방침과 목표를 수립할 안전 관리자를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기존에 산업 현장에서 안전 관리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이행 여부를 관리하는 현장 관리자를 두거나 외부 용역업체에 관련 업무를 맡겼으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로는 전담 조직이나 사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관련 경험이나 지식을 보유한 사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스타트업은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업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의 처벌 규정을 산안법 보다 강화했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 또는 기관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오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 또는 기관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거래 성장에 비례해 늘어난 물류센터가 중대재해 화약고로 떠오르면서 고민이 깊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것도 2020년 4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작년 6월에는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하고 이달 5일 발생한 평택시 팸스 물류센터 신축 현장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법조계는 유통사는 중대산업재해보다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중대산업재해는 주로 건설·제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사업장에서 생산·제조·판매·유통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 결함으로 인한 사건사고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중대시민재해의 대표 사례로 ▲화학제품에 들어간 성분으로 인한 사고 ▲부품 이상으로 인한 발열·폭발 사고 ▲대형 백화점 등 건축물 붕괴나 화재 사고 ▲공연장 안전 사고 등을 꼽았다.
이때 제조업자 뿐 아니라 판매·유통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될 수 있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판매·유통하는 업체도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적용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수많은 소비재가 있을텐데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해 유통한 업체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통사가 판매하는 업체에 대한 안전 인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004170)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작년 말 안전관리팀, 품질관리팀을 총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을 신설했다.
컬리는 작년 12월 말 안전보건환경팀을 신설해 기존 안전 관리 인력을 이관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관련 인력을 세배 가량 늘리고 예산도 1.5배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4~5명 규모의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안전 관리 임원을 내부에서 임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