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신세계(004170)를 제치고 국내 편의점 업계 5위 한국미니스톱을 품는다. 상위업체인 CU·GS25와 편의점 3강 체제를 굳히고 4위인 이마트24와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한국미니스톱의 한국 내 입지가 위축된 가운데 롯데가 3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매긴 점과 향후 점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지난 8일 오후 한강공원 반포지구 내 미니스톱 서래나루점 풍경.

21일 롯데지주(004990)는 한국미니스톱 주식회사 지분 100%를 3133억67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근거리 상권을 겨냥한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며 단기간 내 고객과의 최접점 거점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니스톱은 업계 평균 매장 규모(60㎡, 18평) 대비 두 배 가까운 100㎡(30평) 이상 위주로 점포를 내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마트(139480) 자회사 이마트24, 식자재 유통기업 넵스톤홀딩스와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들은 적정 매각금액으로 2000억원대를 제시한 반면 롯데그룹은 3000억원 이상을 제안해 가격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 2018년 한차례 한국미니스톱을 두고 격돌했으나 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이 돌연 매각을 백지화 하며 거래가 무산됐다.

당시에도 롯데는 4000억원 이상을 써내며 가격 면에선 우위를 점했다. 이온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일본에서 경쟁관계인 롯데그룹에 자회사를 넘기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1월 26일 롯데월드타워 120층 스카이테라스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첫번째)과 후지모토 아키히로 미니스톱 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롯데는 이번 인수로 상위 업체인 GS25·CU와 3강 구도를 형성할 발판을 얻게 됐다. 편의점 사업은 점포 수가 규모의 경제를 좌우한다. 제품을 많이 사야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물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때문에 점주들이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점포 수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GS25와 CU는 1만5000여개의 점포가 있고 세븐일레븐은 1만1173개다. 여기에 2600개의 미니스톱 매장을 더하면 1만3800개로 늘어나 상위 업체와의 격차가 4000여개에서 2000개 안팎으로 줄어든다.

4위인 이마트24와의 격차는 벌어진다.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5800개 수준이다. 2018년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맺은 자율규약으로 공격적인 점포 출점이 어려운 만큼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은 점포 수를 대폭 확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편의점 업계는 ‘같은 브랜드는 점포 간 50~100m 이내에 신규 출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마트24는 대규모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만큼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

롯데는 경쟁사인 신세계(004170)그룹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편의점을 활용한 퀵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각종 먹거리와 주류 구색을 대폭 확대하고 배달·픽업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병행하는 회사는 전국망이 있는 편의점을 물류거점으로도 쓸 수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영향 등으로 최근 실적이 안 좋긴 했지만 한강, 강남·서초, 종로 등 목 좋은 상권에 넓은 매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즉석조리식품 운영력은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마트24는 대규모 점포를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고 롯데로서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신세계에 또 한번 밀렸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가 미니스톱 2600여개 매장에 3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매긴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다. 미니스톱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CU와 GS25는 2020년 각각 1622억원, 22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CU, GS25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자체 인프라나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퀵커머스를 시작하는 등 편의점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는 동안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타격도 받았다.

인수한 2600여개의 매장이 전부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롯데는 자사 브랜드 점포가 근처에 없는 목 좋은 곳을 골라서 브랜드를 전환해야 한다.

이때 점주들이 CU, GS25 등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사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세븐일레븐이 국내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를 인수했을 때도 일부 점주들이 이탈했다.

편의점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니스톱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상그룹 소유였기 때문에 호남권에 매장이 많아서 전국구 매장을 보유한 롯데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자율규약상 근접 출점이 안되는 점포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실 점포 등을 제외하면 실제 플러스(+) 효과가 나는 점포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미지수이고 화학적 결합을 거쳐 규모의경제를 이룰 때까지는 최소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