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홈쇼핑 CJ온스타일이 보험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TV 홈쇼핑이 '황금알'로 불리던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은 한때 인기를 끌며 홈쇼핑사 매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보험 가입률이 81%를 넘어서는 등 성장이 둔화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금융당국 규제가 강화된 것도 보험 판매 중단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올해 방송 편성표에서 보험 상품 판매 방송을 완전히 제외했다.
조직도 개편했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등 보험사로부터 상품을 가져오고 방송을 기획하는 금융서비스사업팀 규모를 축소하고 렌털사업팀으로 통폐합시켰다.
이 회사는 보험 판매 방송을 시청한 소비자가 걸어온 전화를 받아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인바운드 텔레마케팅(TM) 영업을 접고 대신 아웃바운드 영업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웃바운드는 마케팅 동의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험을 권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3년 보험 설계사를 갖춘 보험대리점 자격을 획득해 방송 후 보험 가입 상담을 진행해 온 지 19년 만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보험 상품 판매가 포화 산업으로 돌아섰다는 판단에 따라 생방송에서 더 이상 보험을 판매하지는 않기로 했다"면서 "보험대리점 자격은 일단 유지할 계획이지만, 보험 판매 방송은 하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험 가입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보험 가입률은 81%다. 가구 5곳당 4곳은 이미 보험에 가입했다는 얘기다. TV 홈쇼핑 주요 소비자층인 40~50대의 보험 가입률은 91%에 달했다.
홈쇼핑사를 향한 정부 당국의 규제 확대도 CJ온스타일의 보험 판매 방송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 한 시간 남짓 짧은 방송 시간 동안 보험 상품의 장점만 강조되다 보니 금융위원회 등은 쇼호스트의 발언 속도, 자막 노출 방식과 시간까지 규제한다.
이는 보험 판매 둔화로 이어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홈쇼핑사 판매 생명보험의 초회보험료는 약 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초회보험료는 가입 후 첫 보험료로 신계약 창출 능력을 나타낸다.
업계는 CJ온스타일의 이번 보험 상품 판매 중단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보험 상품은 방송 시간에 따른 수수료에 더해 가입 계약당 매출 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어 TV 홈쇼핑사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은 상품 가격 자체가 비싸 판매가 줄어도 한 번 계약을 이끌기만 하면 매출을 올리기에 상당히 유리한 상품"이라면서 "배송 등 물류도 필요 없고, 가입자가 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기간별 추가 인센티브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성장 둔화에 놓인 보험을 접는 대신 패션·뷰티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허민호 CJ ENM(035760)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가 지난해 5월 TV홈쇼핑(CJ오쇼핑)·인터넷쇼핑몰(CJmall)·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를 통합하며 추진한 모바일 중심 홈쇼핑 재건축에 보험 상품 판매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보험 가입률이 낮은 2030세대 등 젊은 층은 홈쇼핑 등 TM보다 온라인·모바일 채널(CM·사이버 마케팅)을 통한 보험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손해보험사 10곳의 CM 판매액은 4조2595억원으로 홈쇼핑 등 TM 판매액(4조5303억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CJ온스타일은 현재 '미국 대통령의 수트'로 불리는 브룩스 브라더스와 프리미엄 여성 브랜드 센존을 들여오는 등 패션 부문 사업을 확장중이다. 또 이를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 판매하는 방식으로 패션 부문의 모바일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뷰티 부문도 강화한다. 지난해 스위스 프리미엄 스킨케어 주베나, 이탈리아 1등 약국 화장품 릴라스틸을 들여왔다. 올해는 탈모 방지 기능성 제품 출시를 통해 헤어케어 시장에도 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