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홍다영 기자

"기프티콘으로 구매하면 차액은 내지 않아도 됩니다."

13일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테이블 10여 개 정도의 작은 매장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스타벅스가 이날 8년만에 커피값을 올렸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 발언으로 불매·구매 운동이 벌어진 것과도 무관해 보였다.

한 남성은 "몇백원 올랐지만 일하려면 커피를 마시며 카페인을 충족해야 한다"며 "사무실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음료 46종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했다. 아메리카노(톨사이즈)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카페라테는 46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은 2014년 7월 이후 8년여 만이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개인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300원을 할인해줬으나 이날부터 400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기프티콘을 활용한 스벅테크(스타벅스+재테크)에 나섰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미리 기프티콘을 사두는 것이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4100원에 샀다면 값이 4500원으로 오른 뒤에도 차액을 내지 않고 이용 가능하다.

10잔을 사면 4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는 값이 오르기 전에 사둔 기프콘에 대해서는 가격이 인상돼도 추가 금액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30여 명의 고객이 음료나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일부는 기프티콘으로 커피 등을 구매했다.

강남구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5000원짜리 카페라테를 구매하는 경우 차액 500원만 내면 된다"고 했다. 5000원짜리 카페라테를 4600원에 구매하며 400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케이크나 샌드위치 등 다른 메뉴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했다. 5800원짜리 샌드위치를 구매하며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사용하니 차액 1300원만 내면 됐다.

5400원에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셈으로 400원을 아낄 수 있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의 가치가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가격 인상 전날 사람들이 몰리자 일부 기프티콘 구매를 막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기프티콘 사재기를 막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카카오톡 기프티콘 등은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면서 "시스템 개선 작업으로 홀케이크 예약 등 일부 서비스만 제한된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멸공 해시태그(검색을 편하게 하는 # 표시)를 붙였다.

지난 10일엔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뭐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 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더라. 당해봤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현 정부의 친북·친중 행보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야권 인사들은 '멸치와 콩' 사진으로 지지했고 여권은 이를 비판했다. 소비자들은 불매와 구매 운동으로 충돌했다.